소년심판

푸른여우, 봄 2

by 푸른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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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입니다.




처벌과 교화 사이에서의 정직하게


범죄드라마는 지금까지 질릴 정도로 쏟아져 나왔지만, 이렇게 아동청소년 범죄를 주요 소재로 다룬 드라마는 이 드라마가 거의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나날이 잔인해지는 청소년 범죄로 인해 소년법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여러 말들이 오가는 와중이니, 시기 적절한 소재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만은, 자칫 스토리를 잘못 짜버리면 '드라마를 위해 아이들을 팔았다'는 평가를 얻기도 쉬운 것이 이 소재입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어느 정도 양심적으로 짠다고 해도, 이번에는 교화와 처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드라마 내에서 그들을 단죄하고 센 판결만 내리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사이다는 될 수 있어도 드라마는 그냥 감정만 분출해대는 저급한 드라마가 될 것이고, 그렇다고 아이들의 인권만 이야기하기에는 그간의 뉴스를 보면서 쌓아놓은 우리들의 불만들이 너무나도 큽니다.


헌데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뛰어난 균형감각을 가지고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정직함'에 있습니다. 각본과 연출, 연기가 지나치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시청자들의 증오를 나몰라라 하지도 않습니다. 작중 청소년들은 아픈 사연을 안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으로 그들을 이해하자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범죄자'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적절한 처분과 처분이 내려진 '그 다음'을 어떻게 할지 고민합니다. 이렇게 단지 정직하게 어른들의 역할, 그리고 아이들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드라마의 큰 장점이며, 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드라마의 올바른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물론 이러한 정직함이 플롯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인지, 대사의 티키타카나 인물 설정에 관해서는 클리셰적인 요소들이 많아 지루하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신파가 등장하지는 않지만(그런 의미에서 정직합니다), 정계 진출을 목표로 하던 인물이 어떠한 사연으로 발목이 잡힌다든지, 과거에 있던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변화하고, 그 사건이 마지막에 주인공을 뒤흔드는 전개라든지, 마치 기존에 나온 법정 드라마의 정석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라 약간 뻔하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청소년들의 서사에 워낙 힘이 실려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말과 행동은 굉장히 생생하고 다채롭습니다만, 주인공에 해당하는 어른들은 어딘지 모르게 틀에 박혀 있어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유하고 있는 <소년심판>입니다만, 이 드라마는 균형을 잡기가 더욱 힘든 청소년범죄를 작품의 주제로 채택하고 있으면서, 어중간한 자세로 감히 아이들을 팔지는 않겠다는 정직한 자세로, 처벌과 교화 사이에서 탁월한 균형잡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꼭 추천드리고 싶었습니다. 뉴스에서 흘러나온 소년범죄를 보며 울분을 토하셨던 분들, SNS에 소년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셨던 분들, 아이들의 인권을 무조건적으로 생각하셨던 분들을 포함하여 모든 분들께서 한번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감상 메모 / Memo


★ <시그널>, <하이에나>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혼자 범인을 찾으러 밤중에 골목길을 쏘다니는 김혜수 배우님 캐릭터... 위험합니다 정말.


★ 심은석이 작중 또다른 주인공인 차태주(김무열 배우님). 심은석(김혜수 배우님)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강렬하기도 하고, 차태주라는 인물이 워낙 온화하다보니 묻힐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조수의 포지션이 아니라 대등하게 심은석과 대립, 협력을 이어나갔다는 점이 탁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무엇보다도 작중 청소년들을 연기하신 배우님들의 연기가 뛰어나세요. 판에 박은 느낌의 학생들이 아니라 진짜 실제 존재하는 청소년들을 갖다 놓은 느낌. 이 분들이 진짜 주인공입니다.


★ 스토리 상으로는 1, 2화의 몰입도가 진짜 뛰어납니다. 단순히 잔인한 장면들이 들어감으로써 생기는 몰입도가 아니라 스토리를 잘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몰입도. 3화에서도 범죄자를 향해 던지는 '왜 당당하십니까?' 한 마디에, 범죄자도 아닌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 그런데 사실 제일 인상깊은 에피소드를 뽑으라면 4, 5화의 '청소년 회복 센터' 이야기. 풀어나가는 과정도 예측이 안 되어 재밌었고 인물들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휙휙 바뀌어 끝까지 방심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로 6, 7회에서 조금 처지는 느낌이다가 나근희(이정은 배우님)가 투입되는 8화에서 다시금 몰입도가 복귀. 스토리도 뻔한 궤도를 탈피해서 끝까지 정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10화의 마지막 대사는 또한 레전드. 직접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 잔인한 사건만 다룬 자극적인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 장점. 무면허 운전, 시험지 유출 등 우리가 뉴스로 한번씩은 본 '아동청소년이 연관된' 사건들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정직하고 균형잡힌 드라마였습니다. 예고편만 보고 10부작 내내 유혈이 낭자할 것을 예상한 저는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살인사건이나 폭행사건에만 '소년'이 등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한 방 먹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뽑은 명대사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1화, 그리고)
궁지에 몰리면 그 본성이 나오는 법이지
그래서 인간이 악랄한 거고.

(1화)
추후 언제? 피해자 부모 숨 넘어 가면 그때 할까?
제발, 밥값 좀 하자.

(1화)
범죄자니까.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1화)
내가 널 가둔 이유는 딱 하나야. 법정에 세우는 거. 그래서 보여주려고. 당한 사람이 격리되지 않고, 폭력을 행한 사람이 격리되는 거. 피해자는 집을 지키고, 가해자 벌 받는 거. 그거 보여준다고, 내가.

(3화)
이건 제가 재판을 쭉 진행하면서 궁금해서 그런데요, 이해가 안 돼서요. 왜 당당하십니까?

(3화)
살면서 누구나 실수는 해.
근데, 진짜 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 그 다음들이 모여서 너라는 사람이 되는 거거든.
잘 생각해봐. 이번 선택으로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7화)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그런 저의 태도에, 누군가는 질타할 것이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겠죠.
혐오. 사전적 의미로,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합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처분은 냉정함을 유지할 겁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에게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마음가짐, 그대로, 또는 그 전과는 다르게,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10화)

(중요한 대사라 흰색 처리했습니다. 이 대사는 드라마를 통해 직접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명대사를 고르니 죄다 심은석 대사네요...?)


푸른여우,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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