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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Aug 14. 2021

<보름달 카페>, 사쿠라다 치히로-모치즈키 마이

 기대보다는 평범한 맛이었더라도, 아름답기에

(*본 서평은 도서출판 멜론 주최 서평단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녀에게 이 말은 꼭 하기로 한다.

자기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해요-.


삶이 고민으로 휩싸이는 순간 주인공은 시선을 사로잡는 '보름달 카페'로 들어서게 됩니다. '아빠보다 큰' 커다란 삼색 고양이는 손님만을 위한 특별한 음식과 디저트를 대접합니다. 밤하늘을 그대로 담아 온 듯한 은하수 밀크티,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수성 아이스크림 등 주인공은 삼색 고양이가 대접하는 디저트와 그것에 담긴 의미를 전해 듣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나갑니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금 찾게 된 보름달 카페에서, 주인공은 웃으면서, '커피를 마시기에는 좀 이른 나이네.'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뜻밖의 공간을 만나서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는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비슷한 서사 구조를 피하기 위해 편의점, 잡화점, 서점 등 새롭고 다양한 공간이 현재까지 많이 활용되어 왔습니다만 이렇게 '카페'를 치유 공간으로 설정한 그림책은 상당히 오랜만에 봅니다. 커피나 홍차를 포함한 디저트, 그리고 카페라는 소재는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소재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매력적인 이야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소 밋밋한 작품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우려 또한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가진은 보는 사람마저 사로잡는 화려한 작화와 천문학이 주는 메시지를 결합시킴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깔끔하게 걷어냅니다. 주인공에게 대접되는 다양한 디저트는 기발하면서도 화려하게 일러스트로서 구현되며, 결코 작품의 내용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각각의 디저트는 보름달, 수성, 은하수 등 우주를 본떠서 만들어졌으며, 디저트가 각각 품고 있는 의미와 상징은 주인공이 품고 있는 상처를 절묘하게 치료해줍니다. 또한 처음에 제시되었던 복선을 결말에 회수하면서 책을 마지막 장까지 넘긴 독자들에게 뜻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데에도 성공합니다. 작품의 분위기에 걸맞게 어슴푸레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수려한 그림체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스토리가 어우러져 작품 <보름달 카페>를 찾은 독자들 누구나 삼색 고양이가 제공하는 디저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하실 듯합니다. 소설로도 출판된 바가 있고, 일러스트레이터 분도 인스타에 지속적으로 보름달 카페 메뉴를 올려주시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겠네요.


하지만 수려한 음식을 앞에 두고 너무 큰 기대를 걸어버리면, 정작 음식을 맛봤을 때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라고 느끼는 때가 있죠. 앞서 말씀드렸듯 본 작품은 스토리가 부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수려한 작화에 걸맞은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아저씨는 디저트를 제공하면서 디저트에 담긴 의미를 주인공에게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직접적으로 삶의 교훈을 전달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카페로 끌어들였던 것과는 사뭇 달라서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문 독자들이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특히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의 나이가 열두 살임을 감안한다면, 고양이 아저씨가 처음 전달하는 수성기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에게 다소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그 어려운 말을 이해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은 눈앞의 환상적인 디저트로 기대감이 높아졌던 독자 입장에서는 마냥 감동적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또한 원문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번역에 활용된 언어가 그림책이라는 분야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다소 어려운 단어, 예를 들면 외등이라든지 초로라든지 하는 단어들이 활용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려한 그림체에 비해서 느끼는 아쉬움에 해당합니다. 처음에 등장했던 소재를 마지막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작품의 큰 이야기를 무리 없이 전달하고 있으며, 동시에 작은 이야기들 또한 메시지 전달이 아쉬울 뿐이지 결코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인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카페를 처음 방문하는 독자들은 부족함 없는 구성과 작화에 만족할 것이 분명합니다. 다소 기대가 크다 보니 정작 책 내용을 입에 베어 물었을 때, '어,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네?'하고 아쉬워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느덧 책을 덮는 순간에 커피가 남기는 향기처럼 진한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아직 우리한테는 고양이 아저씨가 커피를 내주지는 않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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