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란트 13화

엄마의 상처, 사랑

by 하늘바람

엄마의 상처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 시절 중학교 입시 시험을 보았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합격하고도 진학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외할아버지께서 하시던 사업이 사기를 당하였고 병을 앓으시던 외할아버지는 병상에 2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2남 3녀의 자녀를 두고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었다.

외할머니는 밖에서 돈을 버는 일을 할 만큼 다부지지 못했고 그저 끼니 걱정을 하다가 소일거리로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며 겨우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장녀였던 엄마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가난한 현실이 너무나 싫었고, 자신에게 모든 짐을 주고 간 듯한 외할아버지를 아주 미워했다고 한다.

외할머니에게 왜 나를 낳았냐고 소리치며 울었고, 외할아버지 무덤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중학교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서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얼른 골목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너무나 창피했다.

모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16살이 되던 봄날.

서울로 가서 돈을 벌어온다며 나서던 고향 집.

외할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엄마를 보냈다.

그리고 시작된 서울 생활.

좋은 인연이 닿아서 교수 일을 하는 아주머니댁에서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보육하는 일을 하였고, 그렇게 번 돈은 여러 생활물품과 함께 고향 집으로 보내졌다.

그 후엔 방직공장에 다니기도 하였고, 가방을 파는 가게에서 점원 일을 하기도 하였다. 받은 월급은 그대로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내졌다.

월급날. 우체국에서 고향의 가족들에게 소포를 붙인 후 작은 자췻방에 라면 한 박스를 들여놓고 라면 하나를 쪼개어서 하룻동안 나누어 먹었다.

이게 운명이었고, 자신의 삶이었다.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고도 싶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외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고 어린 형제들 때문에 자신을 위한 그 무엇도 시작할 수 없었다.

그저 성실하게, 아껴가며, 가족을 위해서 살았다.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났던 곳은 남한산성이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취미를 좋아하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던 엄마의 모습에 아빠가 반하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인연을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했고 서로 의지하며 평생을 살아나가기로 약속하였다.

서로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며 애 쓸때는 눈에 보이는 모난 성격이나 싫은 행동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 모습도 좋아보이니깐..

가진 게 없는 두 사람의 저녁 식탁은 거의 매일 김칫국에 보리밥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아빠의 월급날이라도 되면 고등어 한 마리를 사 와서 김치를 얹어 지져먹으며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기분 좋은 날 가끔씩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얼굴은 홍조 띈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얼굴.

그게 엄마 일생의 사랑이었고, 젊음의 빛나던 순간이었다.




첫째인 언니를 낳고 엄마는 건강이 좋지 않았고 몸이 약하였다.

산후우울증과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위가 좋지 않았다.

사랑의 힘은 빛이 바래졌다.

작은 셋방에서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삶은 사랑의 빛을 서서히 갉아 먹었다.

엄마는 외갓댁에 내려가서 몇 달간 외할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으며 몸을 추스렸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삶.

내 사랑,

내 남편,

내 아기.

그 후 아빠가 시작했던 사업이 안정화되고 전보다 부족함 없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딸 둘을 가진 엄마는 아들에 대한 욕심이 컸다.

처음부터 아이를 많이 낳지 말고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생각을 가졌던 아빠였다.

그렇지만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생각에 나를 낳았지만 딸이었다.

딸 둘은 잘 크고 있었다.

나름대로 행복해 보이는 삶이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주위의 어린 사내아이들을 보면 내 아들을 가지고 싶었고, 그 당시에 자신의 삶에 있어서 결여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태어난 늦둥이 아들이 석훈이었다.

엄마의 삶은 그 전보다 얼마나 더 채워졌을까?

소중한 내 남동생이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존재였다.

나에겐 되돌릴 수 없는 내 유년 시절의 상처 같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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