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과 주말에도 출근한 지 3주째. 의무사항은 아니더라도 마감기한까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밀린 일기 개학 전날 몰아 쓰듯 그런 조급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내 발로 출근한 것인데 요즘은 꽤 피곤하다.
하루하루 해야 할 양을 처리하면서 머릿속 신경이 그쪽으로만 쏠리니 아무것도 안 해도 에너지 소모가 일어난다. 그렇게 신경 쓸 일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면 나의 불안감은 조급함으로 나타난다. 하루를 분명 열심히 살아내는 중인데, 이 일에는 분명 마감 기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쳇바퀴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열심히 쳇바퀴 속에 구르고 있노라면 이 일이 너무 중요하고 커 보여서 다른 일들이 소홀히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일만 끝나고 나면 글 쓰는 일도 더 이상 숙제로 생각하지 않고 즐거이 자판을 두드릴 수 있겠지, 이 일만 끝나고 나면 뭔가 여유가 생기겠지, 그냥 다 잘되겠지 라는 근거 없는 긍정이 떠오르는 것이다.
돈 버는 일을 병행하며 글을 써내려 가는 지금. 원하는 이상이 있지만 그것을 위해 현실과 타협을 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하고 싶지 않은 일에도 시간을 내고 있다. 존재하기 위해서 글을 쓰나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러한 현실에 마음과 몸이 피곤해지고 괜스레 조급해져서 정작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잠시 멈춰 서서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게 된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나?
현실과 일정 부분의 타협하는 중에 그 일로 인해 피곤에 절여질 때면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것들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 안에는 글쓰기, 가족, 친구가 있다. ‘글을 써야 하는데 언제 시간이 나려나’하는 생각에는 나를 존재케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폭풍 같은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엄마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어 주고 싶어서 퇴근 후 꽃집에 가는 피곤한 발걸음에는 걱정스러움이, 매사 최선을 다해온 친구가 고백한 무기력증에 내 표현할 수 있는 마음 다해 보낸 장문의 메시지에는 믿음이 묻어 있다.
하루를 살면서 감당할 만큼의 일을 나에게 주는 중에 무언가 신경 써야 할 일 또는 존재가 나타나면 당혹스러움이 밀려오기 마련인데 다행히도 그 모든 존재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흐릿한 현실 속에 분명한 것들을 다시 잡게 된다.
주말에 출근한 사무실엔 아무도 없다.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마우스는 어제 쓰다 만 글을 클릭하고 있다. 일을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이 시간 이후 밀려올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붙잡고 싶은 건 내 인생을 지탱하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 얼굴들, 그 존재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이 시간들을 버티고 싶어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나는 또 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