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나를 존재케 하는 모든 이유들이 들어 있다. 글쓰기, 나, 그리고 나와 관계된 사람들을 사랑한다. 이들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조금 관점을 달리해서 본다면 인생에 숨 쉴 틈을 만들어 주는 순간들 또한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런 공간과 시간은 내 인생을 말랑하게, 푹신하게, 웃음 짓게 만든다.
3주째 회사에 절여져 있는 상태로선 출퇴근 길의 하늘을 꼭 언급하고 싶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단 하루도 같은 얼굴을 보여준 적 없는 하늘이 펼쳐져 있다. 청명했던 여름 하늘을 보내고 감히 4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가을 하늘은 눈에 가득히 담아도 부족할 만큼 고혹적이다.
내 눈에, 그리고 마음에 한 컷 담아두고 싶어서 핸드폰 카메라를 켜면 결코 그 분위기가 담기지 못함에 아쉬움이 커진다. 눈으로 몇 번을 더 담아내고 나서야 지하철역으로 들어간다. 유난히 하늘의 색과 구름 조각이 어울리는 날이면 지인들의 단체 카톡방과 인스타그램에는 어김없이 그 날의 하늘이 올라온다. 각자 서있는 자리도 다르고 눈에 담아낸 시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의 숨 가쁜 일상에서 그 눈길을 잡아 편안한 숨을 쉬게 만든다.
비단 퇴근길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길에도, 하늘공원 벤치에 앉아 생각이 필요한 날에도, 그 상황과 분위기를 어찌 아는지 하늘의 색과 구름 조각은 언제나 완벽하게 그 자리에 필요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어떠한 모양새를 갖고 있을지라도, 내 처한 상황이 어떠할지라도 하늘을 보면 마음이 위로받고 스르륵 평온해지는 모양이다.
내 방 창문은 아쉽게도 활짝 열어놓아도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데, 그 아쉬운 마음을 아는 듯, 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만큼은 아주 잘 들린다. 빗소리도 그렇고. 하늘이 한아름 들어오는 공간과 시간에서는 눈이 참으로 행복해지고,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 소리, 빗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귀가 행복해진다. 이 순간 또한 내가 지키고 싶고, 마주하게 되었을 때 할 수만 있다면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날, 나와 관계된 사람과 함께 할 때. 그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들은 계획하지 않은 날 우연히 찾아온다. 생각해 보면 지키고 싶은 순간들은 하늘과 바람과 소리와 사람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들이었다. 금방 과거가 되어버리고 다시 앞으로 나가야 하는 시간 속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순간들은 짧아서 더 아쉽고, 더 소중하다.
영원토록 그 평온함 속에 함께 하고 싶다고 바라고 또 바라지만, 다시금 앞으로 나가라는 발걸음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 순간들을 지키고 싶고 또 더 아름다워 보일지 모르는 일이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아니, 현실에 너무 내어주는 것 같긴 한데..) 지내고 있는 요즘은 지키고 싶은 순간으로 인하여 살아갈 힘을 얻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그 순간이 영원이 되길 열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