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라고 해서 매일 집에서만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지라 (그래서 더욱 부지런해져야 하지만) 어디서든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작업이 가능하다. 더구나 집에서 일하다보면 늘어지기 쉽고 어서 매트리스 위로 뻗고 싶어서 일을 오히려 더 대충하기도 한다. 그럴 때 카페로 나선다. 작업을 위해 찾는 카페는 평소의 카페와는 의미가 달라진다. 친구와의 대화를 위한 카페라면 적당히 시끄러운 것이 좋다. 말소리가 너무 튀지도 않고 주변의 소음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할 때는 다르다. 사람이 많은 대형프랜차이즈 카페를 갔었는데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모든 테이블마다 사람과 그에 응하는 데시벨이 아우성이었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개인보다는 삼삼오오 모여서 의견을 주고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성경 자체도 시끄러운 대화보다는 둘이서 소근거리는 대화를 더욱 선호하는 나는 그런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이 영 맞지 않았다.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했던 2년 2개월,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금까지의 7개월을 본 바 조용한 개인 카페이거나, 신축된 대형 카페가 나에게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느정도 적당한 말소리와, 적당한 사람들간의 거리, 분위기 있는 조명 혹은 채광이 작업의 능률을 더욱 올려준다. 요즘 들어서는 일명 ‘카공족’이 음료 한 잔에 장시간을 앉아있거나 전력 사용량이 많다거나 하는 등의 이슈가 있기도 하다. 그래선지 콘센트를 아예 막아놓은 카페들도 많아 그럴 때는 다른 카페를 찾아보기로 한다. 오래 있어 봤자 집중력도 그렇게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3-4시간이 맥시멈이다. 생각해보면 ‘여긴 정말 내 스타일이다’, 하는 카페를 찾아도 서울에서는 더욱 그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혹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는 카페 발견하기가 힘들다.
대학생 때 처음 알게 되고 홍대 갈 때마다 들렸던 D카페도 이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어 전처럼 조용한 아지트의 느낌보다는 시끌벅적한 일식집이 된 것만 같다. 창 너머 옆 건물을 보고 있으면 길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다니는 걸 보는 재미도 있고 그집의 일본가정식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메뉴에서도 없어졌다. 좋아하는 작가가 자주 가던 합정의 C카페도 정말 조용한 가운데 책읽기 좋은 공간이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영업을 종료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다시금 새로운 카페를 찾아 나선다. 스터디카페, 공유오피스 등 일하기 좋은 공간 없을까? 싶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선 각자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것이 나름대로 눈치 보이지 않는, 카페에서의 분위기가 제일 알맞은 것 같다. 가던 카페가 문을 닫을 때면 다시 괜찮은 카페를 찾아야 하지만 부득불 밖으로 나오는 것도 사실은 꼭 일하기 좋은 환경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일하기 좋다’고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편한 장소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려던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귀찮음이 마음에 가득하고, 오늘 하루를 일찍 시작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싸우는 시간이다. 그러고선 카페에 앉아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하면 그런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날이 좋은 날에는 따스한 햇살도 받을 수 있는데 그것이 또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긍정적이고 밝은 기분이 느껴져 더욱 나가서 일을 하려는 마음도 크다.
마음 같아서는 작업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