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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자까 May 10. 2023

아침형 인간을 위한 장치

일전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프리랜서라는 것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과 동시에 그 시간을 쓰는 사람이 부지런해야 한다. 일을 다닐 때는 강제성을 띄는 기상이었기 때문에, 마지못해서라도 눈을 떴지만 지금은 늦게 눈을 뜨면 나 자신을 향해 한소리 한다. 회사를 다닐 때는 할 일이 없는데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있어도 그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것이 퍽 아까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끌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되 나만의 약속이 아닌 타인과도 결부된 약속을 하는 것이다. 아침형이든, 올빼미형이든 자신에게 맞는 루틴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그날의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새벽에 쓰는 글은 거의 회고록이 되어 이렇다할 결론없이 글만 길어지는 경험을 했다. 같은 하루라면 이왕지사 좋은 기분으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오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아, 먼저 나는 알람을 3분 간격으로 맞춰놔도 다 끄고 잠을 자며, 아침 운동을 계획해도 힘든 운동보다(하고 나면 개운한 것을 알지만, 혼자하면 이 역시 미루게 된다.) 꿀 같은 잠을 더 잘 테다, 하고 만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부담감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었다. 꾸준히 참여함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면 더 좋다. 아침잠을 이기는데 최대의 적이 무엇일까? 나의 경우 외출 준비를 하는 과정 자체였다. 대충 한다고 해도 샤워하고, 화장하고, 머리 말리고, 옷 입고, 가방 챙기고 나가기까지는 최소 40분 이상이 소요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앞머리만 감고 나가고 부끄럽지 않을 곳에 가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동네 슈퍼에 장보러 가는데 풀세팅을 하고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의 경우 대학생 때부터 서울을 왔다 갔다 했던 경험이 많아 서울에 나가는 것도 사무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동네 마실의 느낌이 크다. 나름의 장점이기도 한 이 점을 살려 일주일에 2번, 하루는 인천에서 배워보고 싶었던 자격증 과정을 듣고 하루는 서울의 한 공유작업실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자격증 과정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수강 중에서 골랐다. 구청 등에서 주민들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을 찾아보면 꽤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데 수강료도 매우 저렴하다. 그중 관심이 생기게 된 타로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도 있어서 그것을 신청했다. 평일 오전 중이고, 또래 수강생은 많이 없지만 아침을 깨우는 습관을 들이고 시간이 지나면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공유작업실에서의 모임은 글쓰기 모임이다. 새벽에 글을 쓰자니 진지한 회고록이 되어버리고 하루의 에너지를 소진한 채 쓰는 글이다 보니 퇴고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글을 쓰고 싶긴 한데 빨리 쓰고 올릴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별로여서 이번에는 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같이 써보기로 했다.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은 찾아보면 지천이다. 혼자 보다는 둘이 낫고, 그것도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 또한 의지가 솟아난다.



두 활동은 모두 평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 직장다닐 때는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사무실도 9시까지 척척 다녔는데, 자율성이란 것은 무턱대고 주어지면 게으름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그런 나를 알기에 이 직업이 아니었다면 배우고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만남으로 꿈꾸는 그것에 더욱 가까이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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