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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미루 Feb 19. 2024

시 | 질문

02

걷잡을 새 없이 지는 해 밑에서

끝이 울퉁불퉁한 오른손 엄지가

삐죽 고개를 든다



모난 엄지의 시선에

해보다 먼저 눈이 들어왔다



뻘겋게 상한 눈이 말한다

오늘도 참 고됐다



내 주위로 1m

동그란 숯검댕이 원이

벽을 대신한다



말은 가면을 쓰고

오랜시간 미소 짓는다

오늘도 참 애썼다



까다로운 세상에서 모자란 몸뚱아리는

하루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



물렁하던 손가락엔 굳은살이 지고

하얗던 눈은 누르스름 해졌다

북적이던 주변은 외딴 섬이 되고

거울 앞에서 입꼬리는 바닥을 긴다



행복을 쫒아 온 걸음이

딱딱하게 무뎌진다

우리는 자라 어른이 되어야 한다

영원한 유년을 과거로 밀었다



굳은 손이 까맣게 배렸다

손에게 다 자란 누군가는 행복을 물었다

그 뒤, 침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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