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심각하고 깊은 허기가 몰려온다.
그건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추억이 고팠던 거다.
그 추억을 조금 더 떠올리기 위해, 오늘도 요리를 한다.
명절 음식을 만들 때 집 안을 가득 메운 기름 냄새는
오래된 고향의 군내를 상기시킨다.
군내는 분명 안 좋은 냄새다.
시간이 지나 눅눅하게 스며든, 오래된 냄새.
그런데도 왜 그 먼지 가득한 향이 이렇게 편안할까.
어쩌면 자욱했던 그 시절의 공기가
내 기억을 조용히 덮어
나를 감싸준 건지도 모르겠다.
추운 날, 창을 활짝 열고 컵라면 한 사발을 먹을 때면
서럽고 어렵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라면이 조금 더 짜게 느껴진다.
좋았던 기억도 아닌데,
왜 자꾸 힘들고 서럽던 시절에 먹었던 것들이 당기는 걸까.
다른 음식은 다 싫어도
그때 그 맛은 괜찮은 걸 보면,
입덧이 확실하다.
지금의 내가,
그 시절의 나를 다시 품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옛날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긴,
다 식고 굳어서 덩어리 진 하얀 맨밥이다.
그 맛의 기억을 끄집어내 보자면,
고속버스 안, 다 식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어딘가로 떠난다는
설렘을 조미료처럼 가득 뿌린 맛이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이유.
그건 음식이 아니라,
그 시간을 같이 삼켰기 때문이리라.
목이 메게
꾸역꾸역 입에 넣던 그 밥.
그 목메임이 물을 찾게 했다.
그리고 그 물은,
일어나라고
나를 등 떠밀었다.
힘들었던 그때 먹던 그 맛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시간도 지나갈 거야’라는
희망의 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등을 토닥이는 맛.
조용히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기억 속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