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자꾸 앞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억력 때문이었다.
앞 장에서 뭐라고 했더라, 왜 이 장면이 나왔더라—
그저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데 점점 그 회귀는
기억 때문이 아니라
감정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첫 번째 회귀는 놓친 것들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회귀는 스며들기 위한 것이고,
세 번째 회귀는 아예 거기 머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두 번째 회귀하면 더 깊숙이 스며들까,
세 번째 회귀면 좀 다를까.
나는 생각한다.
언제쯤 이 회귀를 멈추고,
책의 흐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그런데 어쩌면,
나는 회귀를 멈추는 순간보다
회귀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