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끝에 남을 공허가 좋아

by 길잃은 바다거북

종말은 삶을 닮았다.
소란스럽고,
살기 위해 치열하던 젊은 날이 지나
종말 했음을 받아들인다면

그 너머에는
공허가 살짝 섞였을지도 모를
고요가 펼쳐지지 않을까.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그곳이 편안하다면,
지금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조용한 인정 아닐까.

그 이후에
꼭 평화가 찾아올 거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 삶의 평화는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나는
우러날 대로 우러나고
서서히 식어가는 찻잔처럼,
천천히 고요를 즐긴다.

잔 속에 담긴 게
핫초코든, 홍차든, 커피든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들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지금,
누릴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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