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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Apr 19. 2018

수요일의 마티니

가장 최근에 마신 마티니


수요일의 마티니


오늘의 액체 : 마티니

드라이 진에 드라이 베르무트를 섞은 후 올리브로 장식한 칵테일


여자라면 누구나 섹스엔더시티를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뉴욕의 대명사 캐리와 매력적인 그의 친구들을 보고 어쩌면 우리는 멋진 도시 여자의 삶을 기대하고 산다. 마놀로 블라닉을 사랑하고 말보로 담배를 쿨하게 피우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뉴욕이란 곳이 어떨지 참 궁금했다. 몇 년 전 뉴욕을 갔지만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달라서 적잖은 실망을 했다. 자본주의의 향기가 여러 군데서 스물스물 풍기는 곳이었다. 30대가 된 지금의 내가 본 섹스앤더시티는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다. 캐리처럼 재산 탕진잼을 실천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마티니 한잔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가?


나는 수요일이 되면 마티니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한적한 평일, 조금은 힘든 일주일의 가운데 즈음에 야근을 끝낸다. 집에 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짭조름한 올리브와 마티니에 목을 축이면 야근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작은 행복이다.



마티니 한잔, 흔들어서, 젓지 말고 주시오.
A martini. Shaken, not stirred. 
(GOLDFINGER: 1964)


뉴욕의 집값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의 집값 또한 만만치 않다. 친구들 중엔 결혼을 포기할 정도로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러 11년 차의 삶은 조금은 행복하면서 조금은 슬프다. 잿빛 하늘을 바라봐야 하고 출근길 소음에 시달리고 만원 버스에 몸을 끼워 넣은 채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수요일의 마티니가 있기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다. 좋아하는 재즈 음악과 때론 빅 같은 남자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지만...)


나이가 늘어나고 날씨가 좋아지니 결혼을 하는 친구가 늘어나고 있다. 

나는 그저 수요일의 마티니가 아직 좋은데 말이다. 아직 완벽하지 못한 서울러의 삶인데.


그래도 한 잔은 괜찮지 않을까?

이번 주에도 수요일의 마티니를 마시러 뒷골목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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