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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Apr 25. 2018

일요일의 피자

일요일의 피자


밀라노에서 보내는 주말은 참 평화로웠다. 어제의 숙취는 가시지 않았고 이불속에서 쌀쌀한 3월의 공기를 잊어보려고 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벽난로 앞에 앉아 몸을 녹였다. 참고로 온돌문화가 아닌 이탈리아엔 벽난로가 있는 집이 많다.(모든 유럽을 다 본 것이 아니기에 일반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텔레비전 소리에 지루해진 나는 냉장고를 열였다. 뭘 먹어야 할까? 점심때가 되어 슬슬 배가 고파졌다. 키친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다. 배고픔이 전해졌을까? 친구가 피자를 만들어 먹자고 했다. 한국인으로서 뜨끈한 국물이 생각이 났지만 역시 밀라노 사람들의 해장은 역시 피자인가 보다.


피자(pizza)는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 만든 도우 위에 치즈와 소스, 그 밖의 다양한 토핑을 올려 화덕이나 오븐에 구워 먹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요리이다. 피자는 나폴리가 제일 유명하다. 나폴리 인들이 오늘날 피자하면 떠오르는 토마토 토핑을 최초로 고안해냈다고 한다.


피자가 피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어 이스탄불에서 먹은 피데가 생각났다. 피데는 피자와 매우 비슷하지만 치즈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한 밀가루만으로 만들어 매우 담백하다. 

이스탄불에서 먹은 피데



한 번도 피자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당황한 얼굴을 한채 피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피자를 만들기란 어렵지 않았다. 밀가루, 소금, 물, 올리브 오일로 반죽을 만들어서 치대고 만들어진 반죽을 핀다. 손으로 하거나 방망이를 이용해서 도우를 만든다. 만들어진 피자 도우에 원하는 토핑을 올린 후 화덕이나 오븐에 넣어 구우면 된다. 우리는 토마토소스와 올리브 오일, 고기를 얹어서 만들었다. 그리고 위에는 바질로 마무리.



털이 가득한 이탈리아 남자 둘이서 만들어준 피자의 맛이 너무 기대되었다. 사실 난 한 게 별로 없다. 처음으로 레스토랑이 아닌 집에서 피자를 만드는 광경을 보니 쉽게 만드는 털복숭이 내 친구들이 대단해보였다. 피자를 만드는 일이 된장찌개 끓이는 것보다 쉬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성이 듬뿍 담겨서 일까너무 담백하고 고소함이 밀려들어왔다. 서울에 일요일에 짜파게티 요리사가 있다면 밀라노의 일요일엔 피자 요리사가 있다.



숙취는 가시지 않았지만 피자엔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친구가 냉장고에서 신기하게 생긴 맥주를 꺼냈다.

"마스트리 비라이 움브리"라는 이탈리아 맥주인데 우브리아 지역에서 유기농 농법에서 자란 원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게 특징이다. 향기로운 맥주 향이 이탈리아스러웠다. 


사실 나는 맥파이의 씁쓸한 맥주와 미국 피자(?)를 좋아한다. 나폴리에서는 피자협회가 있어 전 세계 피자 맛을 기준을 정해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공식 인증을 받은 피자 맛집들이 있다. 


(넷플릭스에 <어글리 딜리셔스>라는 다큐가 있는데 1편에 피자에 대한 내용이 나오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스트리 비라이 움브리 맥주




나에게 있어서 피자를 먹는 건 매일의 일상이 아니다. 팀 프로젝트를 하다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할 때, 배가 고픈 주말 저녁에 요리가 하기 싫을 때,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무언가를 먹어야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맥파이를 갔을 때 등등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셰프 친구의 레스토랑을 놀러 갔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피자 한판을 뚝딱 먹는 걸 보고는 너무 신기했다. 피자는 이탈리아의 사람들에게 있어 주식임이 확 와닿는 순간이다. 매일의 일상이다. 밥과 같은 존재다. 피자 한판을 가볍게 해치우는 밀라노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은 어색하다.


나는 겨우 한 조각을 먹을 뿐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주말에 가족, 친구가 함께 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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