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3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생일 파티를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다.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는 페자로란 도시다.
친구 남자 친구의 생일이라 1박 2일을 머물렀다. 1박 2일의 완벽한 날을 보내고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면 우르비노(Urbino)라는 작은 소도시에 갔다.
이탈리아의 중부, 마르케주에 있는 도시 우르비노.
해발 485미터의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15세기에 문화의 전성기를 누린 곳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문화를 변함없이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도시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설계에 따라 성벽을 재건하였고 지금도 성 안 미술관에는 여전히 미술품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건축과 예술이 꽃피운 도시이기도 하지만 나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더 이 도시를 잊지 못한다.
세계 3대 진미라고 불리는 재료들이 있다.
트러플과 푸아그라, 캐비아.
푸아그라와 캐비아보다는 트러플은 오일이라던지 파스타를 먹을 때 자주 사용되는 재료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
내 이탈리아 친구는 나를 끌고 성 안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갔을 때 날씨가 좋지 않아서 사람이 많지 않았고 조금 쌀쌀한 날이었기에 스산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어리둥절한 채 따라가고 있을 때
“실비아, 우리 이거 사서 점심에 먹자!”
그것은 다름 아닌.... 트러플!
레스토랑에서 트러플을 갈아주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덩어리를 판매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작은 잼통 안에 9-10 개 정도 들어간 트러플이 2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3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었다.
귀한 트러플을 여기서 보다니!
트러플은 한국의 산삼과 비교될 정도로 서양에서는 풍미가 좋고 귀한 대접을 받는 재료이다. 인공 재배가 전혀 되지 않고 땅 속에서 자라는 독특함을 갖고 있어서 채취하기도 어렵다. 트러플이 자라는데 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육안으로 보기가 힘들어 훈련받은 돼지나 개를 이용해서 채취한다. 맛이 가장 좋은 것은 프랑스 페리고르 지역의 블랙 트러플과 이탈리아 피에몬트 지방의 화이트 트러플이다. 트러플 오일 몇 방울, 트러플 몇 조각이면 음식 맛이 달라질 정도로 독특한 향을 갖고 있다.
한편에는 풍기 버섯도 팔고 있었다.
뒷골목에서 만난 트러플이 너무 신기했다.
우리는 트러플을 들고 근처 작은 레스토랑에 갔다. 레스토랑은 할머니가 해주는 집밥 느낌의 편안한 레스토랑이었다. 메뉴는 7-8 유로의 파스타가 대부분이라 가격도 저렴했다.
역시 또 식전으로 하몽을 시키고(이탈리아에서 10일 머무르는 공안, 매일. 식전에 하몽을 먹었다.) 안티 요리를 시켰다. 난 이 트러플을 어떻게 먹나 너무 궁금했다. 내가 트러플 향에 취해 있을 때 친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어로 뭔가 써도 되냐고 주인 아줌마께 부탁을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트러플을 가는 칼!
하몽 위에 트러플을 갈아서 먹어본 적 있나요?
비싸고 귀한 트러플을 이렇게 먹다니.
우르비노 성의 여왕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도 곧 파스타가 나왔는데 사실 이 파스타는 내 31년 인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파스타다. 한국에서 맛있다는 레스토랑도 많이 가본 편이고, 해외 나갈 때마다 그래도 괜찮다는 곳을 많이 가봤는데... 8유로짜리 홈메이드 파스타가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뭔가 시골에서 할머니가 기른 채소로 요리해주신 된장찌개를 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기다 트러플 가득 갈아서 올려놓으니.... 이건 어떤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보다 훌륭했다.
다소 느끼함을 해소해주기 위해 시킨 와인 또한 블랙 트러플과 잘 어울리는 검은 맛이었다.
한국에서 만약 이렇게 먹었다면 20만 원이 훌쩍 넘을 가격이었다.
여행이 좋은 것은 예상치 못한 길을 가게 되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 페자로의 마을에 가게 된 것도, 우르비노 성에 오게 된 것도-
모든 게 짜인 일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뒷골목 거리에서 트러플을 만나고 8유로에 눈이 번쩍하는 일도-
또 다른 여왕의 기분을 느끼러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