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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Jun 09. 2018

리조또는 포크로 먹는거야

리조또는 포크로 먹는 거야 


 

밀라노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 알베르토와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알베르토는 한국에서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의 VMD로 1년 동안 일했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푸른 눈을 가진 그는 1년이 지나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갔다. 

알베르토를 알게된 건 경리단의 엘피바에서 서로의 패션을 칭찬해주다가 친해졌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그를 다시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의 여유있는 발걸음에서 그가 뼛속까지 밀라노 사람임을 느꼈다.



- 실비아, 뭐 먹고 싶어? 

- 나 네가 좋아하는 곳! 네가 자주 가는 단골집!  



알베르토가 데려간 곳은 자기네 집 근처 트라토리아.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나는 식문화에 잘 몰랐기 때문에 다 같은 레스토랑인 줄로만 알았다. 



- 실비아 우리는 트라토리아에 갈 거야! 

- 트라토리아? 그게 뭐야? 

- 이탈리아에는 3개의 레스토랑 종류가 있어. 리스토란테(ristorante), 트라토리아(trattoria), 오스테리아(osteria). 제일 고급 식당은 리스토란테라고 하고 격식 없이 지방의 특색 있는 지역 음식을 좋아한다면 소규모 식당인 트라토리아에 가면 돼~ 오스테리아는 지역 와인이나 지역음식을 파는 선술집 같은 곳이야. 

그리고 피자 전문점인 피제리아 같은 것도 있어! 



이탈리아의 저녁시간은 대부분 늦다. 


9시가 넘어 느긋하게 움직이는 알베르토를 보면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되어있는 나는 답답하기만 하다.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이겠지?


우리는 초록색 간판에 예쁜 트라토리아에 도착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연인, 가족이 모여 밀라노 신사답게 예쁜 옷을 입고는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가게는 아담했는데 전체적인 그린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탈리아인 답게 식사하는 법에 대해 알베르토는 설명해줬다. 

안티파스토 - 프리모 피아또- 세콘도 피아또 - 돌체 순으로 밥을 먹는다. 

나는 이탈리아 친구들이 꽤 많은데 단 한명도 순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저녁시간엔 빠질 수 없는 와인



알베르토는 풍기 안티파스토와 리조또, 그리고 나를 위한 스페셜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와인. 

 

리조또는 평평하게 만든 뒤 포크로 떠먹어야 한다.


풍기 버섯과 크림이 어울린 안티를 먹고 리조또를 먹으려는 찰나에 나는 숟가락을 찾았다. 

알베르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해주었다.



실비아, 리조또는 포크로 먹는 거야!  



처음 알았다. 


한국에서 리조또는 숟가락으로 떠먹었는데 밥을 평평하게 만든 뒤 포크로 떠먹는 게 리조또라고 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북부지방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육류를 이용한 요리가 많고 남부보다는 쌀 요리를 많이 먹는다고 했다. 


 

양의 내장으로 만든 요리




실비아, 이거 뭔지 맞혀볼래?



그리고 나온 스페셜 나온 메뉴는... 분명 고기는 고기였는데 질감이 특이했다. 

양의 내장을 잘게 잘라서 볶아 먹는 네메리데(gnemeridda)라는 음식이라고 했다. 


밀라노에 와서 양의 내장까지 먹게 될 줄이야! 


 


음악은 없다. 와인만 존재할 뿐!


한국에서 리조또를 먹을때면 여전히 숟가락을 찾곤 한다.

그럴 때마다 포크로 먹어야한다는 알베르토의 가르침이 생각나 포크로 떠먹는다.




샴페인을 마시며 아름답게 보낸 밀라노의 밤들이 그립다. 

음악은 없다. 

로지 와인만 존재하던 곳들이 스쳐지나간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탈리아 음식 너무 짜지 않아? 


 

하지만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이라면...

그리고 와인과 함께라면 절대로 이탈리아의 음식은 짜지 않다. 

짠맛은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희석되니까. 


 

 


 
리조또는 포크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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