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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May 30. 2018

괴상한 맥주, 람빅을 주세요!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졌다.  

봄이 왔다고 좋아하기도 무섭게 여름이 왔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중 창문 사이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어서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났다. 

맥주라기보다 정확히 말하면 고제 생각이 번뜩!


생각을 많이 할 땐 자극제가 필요하다. 

오늘의 자극제로는 사우어 비어 당첨!

 

벨기에에서 마신 람빅 양조장 틸퀸의 괴즈



나는 신맛을 엄청 좋아한다. 신 거라면 정말 누구보다 잘 먹을 수 있다. 

새콤한 맛을 느끼면 기분까지 상쾌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괴상한 맛이라 여겨지는 사우어 비어(sour beer)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맥주 종류이다. 


남들이 싫어하는 요상한걸 좋아하는 요상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우어 비어를 좋아한다. 

더운 여름이 되면 강한 신맛과 꿉꿉함이 밀려들어오는 사우어 비어 한 모금에 더위가 가신다.


발효단계에서 숙성을 오래 하거나 유산균을 접종하여 맥주의 신맛을 강화해서 만드는 것이 사우어 비어이다. 김치나 요거트에서 신맛을 만들어내는 “젖산”이나 신맛을 내는 “초산”이 사우어 맥주에 들어있다. 

젖산이나 초산은 맥주를 발효시키는 효모나 박테리아 미생물들이 만들어낸다. 그렇게 때문에 수개월, 수년 동안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쳐 더 귀중한 맥주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내가 정리한 사우어 비어의 간단한 특징


사우어 비어는 독일이나 유럽 등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독일의 사우어 비어인 고제(Gose)는 신맛에 짠맛까지 나는 괴상한 맛이다. 대표적인 벨기에 사우어 비어로는 람빅(Lambic)과 플랜더스 레드 에일(Flanders Red Ale)이 있다. 람빅을 그대로 마시기엔 부담스러워서 체리 같은 과일을 넣고 발효시키거나 여러 생산연도의 람빅을 섞어 만들어 부드럽게 만든 것이 괴즈다. 체릐를 섞은 것이 크릭, 설탕을 집어넣은 것은 파로라고 한다.

 

벨기에에 왔으니 호가든 라들러와 감자튀김은 필수!


그래서 이 괴상한 맥주를 맛보러 벨기에에 갔다. 

벨기에 맥주 예찬론자이기 때문에 벨기에에 있는 3일 동안 정말 열심히 마셨다.


스머프의 나라이기도 한 벨기에


맥덕이라면 한 번쯤 와보고 싶은 브루어리에 찾아갔다. 

브루어리를 가는 길은 아랍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조금 무서웠다. 


1900년에 설립된 전통 람빅 양조장인 깐띠용 브루어리!


7유로를 내면 셀프투어와 함께 테이스팅 두 잔이 제공된다. 


홈피이지 참고

 https://www.cantillon.be/




분쇄 과정을 거쳐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곡물을 보관하고 맥아즙을 천천히 시키는 냉각 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병입!(과정을 간단하게만 말한 거니 이해해주길) 


브루어리 내부는 매우 꿉꿉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고 어마어마 한 오크통 안에서 숙성되고 있었다.
 

2015년 8월 19일에 만든 괴즈



투어가 끝나고 이른 시간에 칸티용 괴즈와 칸티용 로제 드 감브리너스 두 잔을 마셨다. 

마침 시음 때 미국인 관광객 아저씨를 만났는데 박스로 사가셨다. 

람빅은 칸티용이 최고라면서...



국내에서 사우어 비어를 맛보고 싶다면...?

경리단에는 사우어 맥주만 취급하는 사우어 퐁당 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 브루어리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처럼 사우어 비어가 생각 나는 날에는 이 사진을 본다.

열심히 람빅 맥주를 만들고 있던 두 사람.


어린 친구는 10대로 보였는데 어린 나이에 자신의 길을 정하고 묵묵히 일 한다는 건 대단한 것 같다.


특히 맥주를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과연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요상한 맛의 람빅처럼 요상한 삶을 살까?



사우어 비어가 무척이나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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