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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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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May 27. 2018

나의 첫사랑, 미켈러 씨

오늘은 어떻게 내가 액체 중독자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마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5년 전쯤이다. 

회사의 지루함을 느꼈던 나는 가슴 깊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나는 무엇에 관심이 많은 걸까?"


이런 질문을 매일 하고 있었을 때 판교에 위치한 <루프 xxx>라는 복합 문화공간에 가게 되었다. 사실 루프는 경리단에 있었는데 그때 남산의 뷰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애정 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영업 종료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는데 판교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게 되어서 자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바로 미켈러!



내가 사랑에 빠진 <미켈러>는 맥주 브랜드이다. 덴마크의 과학 선생님이었던 미켈이 어릴 적 친구인 켈러와 힘을 합쳐 만든 브랜드이다.  전 세계 맥주 포럼에서 상위에 랭크될 만큼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자체 양조장 없이 덴마크, 북유럽, 미국 등 다른 브루어리들과 협업을 통해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이런 형태를 “집시 브루어리” 혹은 “유령 브루어리”라고 한다. 

 

참고로 미켈의 동생 또한 이블 트윈이라는 브루잉 컴퍼니를 세워 맥주를 만든다. 


미켈러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도전하는 실험적인 정신 때문이었다. 1000종이 넘는 맥주들이 기존 맥주 스타일을 뒤집는 재미있는 맥주들이 많았다. 오이향이 나는 맥주, 커피맛이 나는 맥주 등 실험적인 맥주를 소량 생산한다. 더불어 맥주 라벨 디자인은 “keithashore”라는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맥주의 스토리에 맞게 디자인한다.  디자이너인 나로서는 스토리와 라벨 디자인이 일치되어 완벽한 브랜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에 빠진 나는 미켈러를 조금 더 가까이 만나고 싶어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재는 한국(가로수길)에 미켈러 펍이 생겼지만 내가 사랑에 빠져 열병을 알고 있었을 때는 한국엔 없었다.


미켈러로 가는 길은 조금 무서웠다. 여행을 같이 했던 엄마는 계속 이런 곳을 알아내는 나를 신기해했다. 

가는 내내 엄마에게 어떻게 내가 이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는지 떠들어댔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에 대해 계속 말하고 싶듯 미켈러 브랜드에 대해, 내가 어떻게 마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내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도착한 미켈러 펍! 

마치 이곳에서 미켈을 만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맥주 리스트를 보라!

다양한 맥주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가라 앉힐 수 없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판 맥주를 마셨다. 아직도 그곳에서 마셨던 맥주를 잊을 수 없었다. 진한 스타우트의 향기가 아직도 내 기억을 반짝거리게 만들어 준다.


매장 내부는 아트디렉터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채워져 있었다.



맥주 라벨만 봐도 디자인 공부가 될 듯 너무 예뻤기에 더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었던 브랜드의 스토리와 라벨 디자인이 너무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소량 생산된다는 점에서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였기에 매력이 넘쳤다. 저런 디자인을 갖고 있는 맥주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마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빵, 케이크, 초콜릿에 관심이 없다. 입에 남는 단맛이 싫어서 초콜릿은 거의 피곤할 때 먹는 피로 회복제 같은 존재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마심"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시는 행위, 알코올을 좋아하기보다는 예쁜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에서 액체 중독자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저런 라벨 디자인은 어떤 맛이 날까?

패키지 디자인이 참 예쁜데, 이것 무슨 차(tea) 일까?

저 위스키병, 참 멋진데 저건 어떤 술이지?


지금도 예쁜 맥주 라벨 디자인, 위스키 라벨 디자인 등을 보면 너무 궁금하다. 

내가 상상하고 있는 맛이 날까?


아직 마셔야 할 액체는 많고 인생은 너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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