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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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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May 22. 2018

멕시코엔 데낄라가 있다면 포르투갈엔 진지냐가 있다.

리스본에 왔으니 오늘도 마셔야 한다. 

매일매일 마실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서 좋다.


멕시코에 데낄라가 있다면 포루투갈에는 진지냐가 있다. 진지냐는 포루투갈 전통주이다. 버찌종류의 과일(체리류)을 알콜과 섞어 만든 술인데 보통 식전주로 많이 마신다고 한다. 진지냐를 파는 곳은 여러군데가 있지만 내가 간곳이 진짜배기이다.



엄청 작은 가게 내부는 진지냐 술로만 가득차 있다. 큰병(800ml)가 8유로 정도 했으니 매우 싼편이다. 한잔에는 1.5유로정도 했던것 같다. 소주잔 같은 잔에 버찌 하나와 진지랴를 따라준다. 아주 달고 매우 도수가 쎈편이라 한잔 딱 마시면 속이 뜨끈뜨끈해지는걸 느낄 수 있다.



문득 이태원에서 데낄라와 함께보낸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데낄라에 소금, 레몬 한입이면 즐거운 금요일을 보냈던 나날이 생각났다. 데낄라에게 좀 지루해진 우리에게 한국에서 진지냐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이태원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술이란게 한순간에 느껴졌다. 


참고로 그 다음날 또 가게를 지나가게 되어서 아침부터 한잔 더 마셨다.



불타오른 속을 진정시키고자 포르투갈에 오면 꼭 한국 사람들이 찾게 된다는 문어밥과 돌판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문어밥은 꼭 캠핑가서 먹는 해장국 같은 느낌이었다. 마침 비가 오락가락 하고 뜨끈한 국물을 먹은지 오래여서 더 꿀맛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들에겐 국물이 제격인가보다. 돌판 스테이크는 요새 방송 프로그램에 매우 자주나오는 아이템인데 내가 브랜딩하고 있는 감성고기도 이런 형태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괜찮은 아이템으로 느껴졌다.



여행을 하면서 즐거운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새로운 세상에서 만날 수 있어서이다. 

하지만 어느순간 여행이 일이 되고 일이 여행이 되니 헷갈리기도 하고 즐겁지 않다. 

가끔은 나도 여유가 넘치는 여행을 하고 싶은데 왜 나는 이렇게 바삐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일까?


정감가고 순박한 포르투갈 사람들과 맛있는 술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다음 휴가에도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 온다면 포르투갈에서 한달을 보내고싶다.


여유있고 느린 여행으로.



포르투갈의 공기와 함께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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