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의 밤
베트남 호찌민이라는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공항에 내렸을 때, 그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었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오토바이를 한 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날씨 또한 매우 습하고 더워서 그 공기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도로는 매우 좁았고, 그 좁은 길가에 오밀조밀하게 특색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호텔에 들어가 리허설을 마친 뒤 다음 날 짧은 시간을 내어 호찌민의 거리로 나섰다.
그날 걷던 거리는 역시 오토바이로 가득했고, 작은 카페들과 라이브 바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그곳에서는 매우 이국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도시의 활기가 밤까지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혼잡함 속에서도 리듬을 타며 여유롭게 흐르는 거리의 에너지가 이상하리만치 좋게 다가왔다.
처음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과 불편함이 자연스레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호찌민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순박한 웃음과 순수한 표정이었다.
덥고 습한 날씨는 누구에게나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이다. 물론 현지인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와 친절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산책을 나섰던 거리는 District.1이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바의 이름은 Ocean Bar였던 것 같다.
특이했던 점은 다른 바들에서는 주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그곳에서는 삼바 리듬이 들려왔다. 그 리듬이 귀에 박히듯 다가왔고 결국 그 삼바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고 소박한 바에 들어서게 되었다.
당시 밤거리도 여전히 무척 더웠다. 에어컨도 없이 문이 활짝 열린 그 바 안에서 사람들이 삼바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나는 큰 즐거움을 느꼈다. 잠시 머무는 이의 마음으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오토바이로 가득 찬 거리, 오밀조밀한 가게들, 덥고 습한 날씨, 그럼에도 변치 않는 사람들의 웃음과 표정.
밤이 되면 음악이 흐르고,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삶의 리듬이 있다.
그 순간 깨달았던 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내 정원’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는가에 대한 자각이었다.
하지만 진리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진리는 각자의 존재됨을 껴안을 수 있는 큰 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래서 여행을 해야 하는구나.
틀림이 아니라 다름. 처음에 느꼈던 불편함은 틀림이 아니었다.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했던 것이었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진리는 강요가 아닌 감동으로 다가오고, 억압처럼 느껴졌던 것들은 경외로 바뀌었다.
그렇게 자연처럼 넓고 깊은 진리를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배웠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빛깔로 살아가고 있고, 그 빛깔은 서로 다르기에 더욱 아름답다. 이 여정은 그러한 다름의 매력을 깊이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작곡한 삼바 음악에는 그런 감정들이 담겨 있다.
복잡하지만 생기 넘치게 살아가는 사람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 보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오토바이의 움직임조차 리듬처럼 느껴졌던 그 순간들.
거리 위의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오토바이 흐름 속에도 사람들마다 나름의 질서가 있었고, 그것은 결국 삶의 리듬이었다. 그 복잡한 움직임들을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그 생의 기운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