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오래된 다리>와 연결된 이야기

by 홍진호 Hong Jinho

독일 유학 초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마음이 꽤 고단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어느 수도원에 초대받아 알지도 못하는 언어로 된 ‘태양의 찬가’를 들었다. 1224년경 쓰인, 아주 오래된 성가였다. 언어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선율과 분위기만으로도 깊은 위로와 치유를 받았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감동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았고 결국 내 자작곡 ‘오래된 다리’에 그 선율을 인용하게 되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은 최근에 접한 티아고 호드리게스의 ‘바이 하트’ 작품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바이 하트’ 속에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문학 작품을 낭독하는 장면은 세대를 넘어 전해져 내려오는 기억의 힘과 그 기억이 또 다른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비롯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기억 그리고 전해지는 이야기의 힘을 상기시켜 준다. 수도원에서 들었던 ‘태양의 찬가’가 내 음악에 녹아들어 또 다른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처럼 ‘바이 하트’ 속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해지는 예술의 힘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깊은 감동은 이렇게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나의 작은 멜로디 하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Photo by Jinho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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