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6 일기 중에서
함소화.
언젠가부터 식물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그들의 움직임이 좋고 그 움직임에서 뿜어대는 흙냄새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운 좋게 구한 지금의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눈앞에 잎이 무성한 나무들과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을 매일 아침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쩜 계절마다 좋지 아니한 날이 없는지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공짜로 누려도 되나 싶을 만큼이다.
종종 들르는 동네 식물원에서 아주 잘 자란 ‘함소화’가 눈에 띄었다. 예쁜 수형에 먼저 반했는데 그 앞에 가만히 서 있다 보니 달콤한 ‘딸기 바나나 셰이크’ 향기가 봄바람을 따라 코끝에 스쳤다. 평소의 소비습관을 무너뜨릴 만큼 매력적이었던 그 아이를 고민도 없이 바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요 며칠 연습을 하다 쉴 때면 함소화 꽃잎에 코를 박고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이 향기가 얼마나 가려나.’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향기 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소리를 귀로 인식하여 향기까지 느끼게 해주는 연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냄새처럼 청중을 감동시키는 향기로운 소리가 되는 것이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이중주 곡의 작곡가 로시니(Gioacchino Rossini)는 작곡을 할 때도 침대에 누워서 할 만큼 게으르고 천성적으로 워낙 긍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3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는 이탈리아 어느 시골에 있는 한 식당의 퉁퉁한 요리사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그럼 치즈와 올리브 향이 가득한 연주를 해야 하나? ^^
올 봄에 기억은 ‘함소화’의 꽃향기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