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Window> 와 연결된 이야기
창 너머의 시간
어린 시절 할머니 댁 근처에는 일본식 가옥이 하나 있었다. 대문도 닫혀 있고 사람이 사는 기척도 없던 그 집은 늘 조용했지만 이상하게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낮은 처마와 나무 창틀, 그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던 정원. 봄이면 비슷한 꽃이 피곤 했지만 나는 그것의 이름을 몰랐다. 다만 그 집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막 피어나려다 만 붉은 기색 같은 것.
그 집에 얽힌 이야기는 동네 어른들의 목소리 사이로 흘러나왔다. 누구는 일본에서 온 사람이 살았었다고 했고, 누구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집은 내게 이야기의 잔해만을 남긴 풍경이었다. 시간 속에 묻힌 말과 말 사이의 여백. 그 빈 곳이 내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았다.
그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언젠가 도쿄를 걷다가 불현듯 되살아났다. 좁은 골목, 오래된 창문, 그리고 그 창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던 누군가의 그림자. 마치 과거의 잔상이 겹쳐진 듯한 순간이었다. 너무 오래 전에 본 것인데도 이상하리만치 선명했다.
나는 그 풍경을 시로 옮겼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기 위해, 한 장면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 집은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따라 도쿄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어떤 집은 그 안에 살던 사람보다 더 오래 기억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