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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Oct 10. 2018

가을비는 일요일에 와야 하고

가을비는 일요일에 와야 하고

등산복 입은 아저씨들은 뷔페에 들어가고 

수다로 중무장한 아줌마들 아메리카노로 통일하고

스타벅스에 반짝이는 컴퓨터는 저급한 눈총을 받고

아이를 생산한 여자는 화장을 지우고

강북은 뭘 해도 칙칙해, 여인이 끄덕이고

자판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고

가을 하늘은 삼 일째 식은땀을 흘리고

미인은 까만 마스크를 쓰고

목사님 우리 목사님

우리 어린 양들을 저주하소서

생산을 멈춘 삶은 면도날을 손목에 대고

부디 바라옵건데 저의 죄를 축복하소서

작동이 멈춘 도시는 음지만 겨우 꿈틀대고

할렐루야

무지개 색 우산은 버스정류장처럼 처량하고

담배를 문 빨간 입술은 이루지 못한 욕망처럼 푸석하고

외면당한 노래는 허영의 색채를 버리지 못하고

등을 기어오르는 오한은 양면테이프처럼 끈끈하고

내 책은 언제나 흑백이고

기후변화는 흑백 세상에만 존재하고

비루한 삶의 냄새는 커피 향과 섞이지 못해 불안하고


너는 아직 이름조차 없고

그럼에도 너에 대한 그리움을 멈출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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