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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Oct 10. 2018

이런 빌어먹을

우둔한 펜 끝으로 다듬은 단어들이 폼 나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은 전염병 같이 불쑥 찾아와 목숨을 내놓으라 하더니 그까짓 목숨 따위하며 목을 들이댈라 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 없이 사라지곤 했는데 그 어리석음은 실상은 슬픈 노래가 튀는 레코드판 같아서 때로는 서글프게 때로는 처량하게 어이없는 문장들을 무한반복 찍어 내는데 그녀가 소개해준 그녀들 때문일까, 내 살이 네 살인지 네 살이 내 살인지 도무지 구별할 수 없는 문란함을 물 없는 우물 속에 갇힌 신세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바, 염병할 욕이라도 걸쭉하게 토해내면 막힌 코가 좀 뚤리려나 하지만 영어는 무슨 영어냐며 호기롭던 어린 시절이 무색하게 막상 대입 시험을 앞두고는 졸라 영어만 공부하던 아둔한 청년에게 직업이 무엇이든 취미가 무엇이든 아빠가 뭐하시는 분이든 무슨 상관이 있었겠냐만 토할 만큼 욕을 먹지 못한 과거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기억상실에 걸린 입에서는 실처럼 가느다란 과거가 참으로 우라지게 질기게 말려나오니 첫 몽정처럼 당황스런 내 두 뺨에 키스해줄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그녀들을 소개해주고 절망은 발자국도 없이 왔다가 깊은 바퀴자국을 남기고 떠나고 탐탁찮은 눈으로 쯧쯧 혀를 차며 사십오도 각도로 쳐다보던 거울 속의 나의 신(神)은 사륜구동의 꿈을 아예 칠판에서 지워 버리며 그들의 신을 어우, 뭐 들어줄 수도 없이 살벌하게 저주하고 또 저주하고 딸기 맛도 보지 못한 치와와가 어디서 껄떡거리냐고 제법 솔리드한 어택이 들어왔을 때 욕 배틀은 이번 생에선 포기하자 어금니를 악물며 새는 바람처럼 이(齒) 사이를 삐져나오는 이런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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