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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Oct 10. 2018

아침

빛이 침범한 공간

어둠은 타버리고 없다

재도 연기도 남기지 않은 채

어둠이 멸종된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마지막 비명을 생각한다

빛의 잔인함을 생각한다

사라짐을 생각한다

외로움을 생각한다

햇빛 아래 명백히 드러난 자의 수치심

외로움의 배후라는 혐의를 씌운다

반복되는 것이 모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익숙함을 익히려 하지만

생소함만 익숙하다

아침 햇살은 그런 식으로

익숙하다

커피를 갈아 어둠을 만든다

어둠 한 모금

어둠 두 모금

거미줄 같이 촘촘한 핏줄

한 가닥 한 가닥

어둠이 장악한다

방향을 잃은 세포들

혈류를 따라 표류한다

샤워를 틀어 익숙한 손길로

생소함을 길들인다

옷장 문을 열고

외로움을 포장한다

빛이 들어올 수 없는 세계

시선을 차단하는 세계

내 안에 그 세계를 건설한다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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