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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Nov 05. 2018

미세먼지

네가 20년 만에 불쑥 물었지

잘 지내냐고


대답을 생각했어

노란색 연필에 이빨 자국이 빼곡할 때까지


나도 20년 전 너에게 물었지

너는 그동안 대답이 없었고


이제는 무엇을 물었는지도 희미해지고


앞을 봐도 뒤를 돌아봐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날씨야


이십년이라는 세월도

뿌옇게 윤곽마저 흐릿해진 채


기억 속에 기록된 너는

너일까 네가 아닐까


혼탁한 대기는 이럴 때 위안이 되


대답하지 않는 성향이

아마도 너의 특기였던 것 같아


실망한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거든


시야가 흐려질수록

네 질문이 부풀어 올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대답을 생각하고 있어

정말 잘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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