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20년 만에 불쑥 물었지
잘 지내냐고
대답을 생각했어
노란색 연필에 이빨 자국이 빼곡할 때까지
나도 20년 전 너에게 물었지
너는 그동안 대답이 없었고
이제는 무엇을 물었는지도 희미해지고
앞을 봐도 뒤를 돌아봐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날씨야
이십년이라는 세월도
뿌옇게 윤곽마저 흐릿해진 채
기억 속에 기록된 너는
너일까 네가 아닐까
혼탁한 대기는 이럴 때 위안이 되
대답하지 않는 성향이
아마도 너의 특기였던 것 같아
실망한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거든
시야가 흐려질수록
네 질문이 부풀어 올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대답을 생각하고 있어
정말 잘 지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