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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Feb 11. 2019

편지 1985

잠에 지쳐 새벽녘에 일어났어요. 별들은 땅위로 떨어져 있고 단단하게 서있어야 했을 어둠은 아마 밤새 서성였던 것 같군요. 기다리던 소식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고 생각해 보니 소식을 기다리는 쪽인지 보내야 하는 쪽인지 더 이상 분명치 않네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마치 끝없는 겨울을 지나는 것과 닮아 있어요. 찬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갈 때처럼 마음 한구석이 늘 쓰라려요. 차라리 북풍에 마음을 얼리고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가 동면에 들고 싶어지죠.


하루를 견딜 일이 아득하네요. 오늘은 오전에 안개가 낀다고 들었어요. 안개 낀 아침에는 아무리 옷을 끼어 입어도 오한에 몸을 떨어요. 두려움일 수도 있어요.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 안개 낀 거리에서는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등만 보이거든요.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과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는 일이죠. 오늘을 겨우 넘겼다고 어둠에 안겨 안도하면 어느덧 내일이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다가와 있어요. 이기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더 이상 멀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죠. 그게 기다리는 자세라고 웅얼거리며 겨우 잠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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