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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Feb 17. 2019

갈 곳이 있는 차를 타려합니다

해지는 시간이면 창밖으로 지나는 차들을 멍하니 보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하루를 짊어지고 어디론가 바삐 달려가는 차들을요. 갈 곳이 있는 차들은 꼬리에 빨간불을 달았습니다. 빨간 선들 사이에 간혹 머뭇거리는 빨간 점에 눈이 머뭅니다. 


컴퓨터를 켜고 갈 곳이 있다고 쓰고 살 곳이 있다고 읽습니다. 여자가 갑자기 까르르 웃습니다. 마치 꼬리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는 듯이 말이죠. 살아있으니 갈 곳이 있겠군요. 갈 곳이 있어서 행복하시나요, 라고 쓰고 살고 있어서 행복하시나요, 라고 읽습니다.


행복이라니요. 너무 나가셨네요. 누군가 항의하듯 경적을 울립니다. 


여자는 떠납니다. 어디로 갈지 남자와 동의를 한 것이죠. 떠나는 뒷모습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좋아 보이는군요. 무사히 도착하시길. 저는 조금 더 머무를 생각입니다. 갈 곳이 있는 차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곳에서 나가면 저도 주저하지 않고 살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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