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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08. 2020

강남

벌겋게 식어가는 태양을 

남산 위에 걸어놓고

정지된 도시를 가로질러 


파랗게 질린 저 강 건너 

어느 골목엔가 

단서가 있을 것 같은


긍정하라는 유혹

교활한 아름다움

무력하게 사랑하게 되는


빛이 증발한 자리에

골목은 그렇게 얼어붙으며

야행성 동물이 깨어나는


노숙하는 고양이의 그림자처럼 

까만 후드를 뒤집어쓰고 어디선가 

고개 숙인 너의 눈이 반짝이는


동맥은 비누처럼 굳어가고

심장이 내는 덜거덕 소리에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굳어버린 거리 어딘가에

너는 분명히 단서가 되어

나타날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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