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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08. 2020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한낮에 백구가 가로등에 묶여있다 

고집스레 고정된 시선은

기다림인지

고발인지 

방향을 잃은 바람이  

하얀 털을 사방으로 흐트린다 


세월을 잘못 계산한 이파리들이 

나무에 매달려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때를 놓친 이들은

스스로 목을 따고 추락해야 한다

그들의 안부가 다시 궁금해질 즈음이면

기억만이 겨우 매달려 있겠지


가끔씩 숨쉬기가 어렵다 

공기가 아슬아슬 폐로 들어온다 

목숨이 속에서 끈적거린다

한숨을 한 번 내쉬어본다 

바로 땅으로 뚝 떨어진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갈팡질팡 바람에 떠밀려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사라진다 

저네들도 결국 세상에 있는 동안 

몸을 비틀다 떠나가는구나 


이파리는 아직 용케 버티고 있고

하늘은 깨져버릴 듯 딱딱하고 

세상의 공기는 더없이 투명하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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