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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2. 2020

공항에서

기다립니다

떠나려면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면 떠나게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과자 부스러기 흘리듯 시간을 흘리면서


떠난다는 것은 

기다리던 곳에 마음 한 쪽 흘려놓는 일

그렇게 혼자서 시간과 이별하는 것

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쪼개진 마음만큼 바람 한 줌 새어 들어오겠죠 


안개가 내려앉는군요

안개는 집요한 데가 있습니다 

빈틈없이 포위하는 집요함

내 탓이 아니라고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독백합니다


기다리는 이들끼리 흔들리는 눈빛을 교환합니다

무의미한 시선을 모른 척하는 능력을 우린 어디서 배웠을까요?

교차하는 시선 너머로

안개가 점점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기다림은 안개의 무게와 내통합니다

그걸 모를 리 없지만 아무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두꺼운 안개라도 일순간 사라지기도 하죠

그렇게 기다림은 허무하게 끝나기도 합니다


이곳을 떠나면 

무엇을 기다리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제 진짜 기다림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공항에서는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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