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립니다
떠나려면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면 떠나게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과자 부스러기 흘리듯 시간을 흘리면서
떠난다는 것은
기다리던 곳에 마음 한 쪽 흘려놓는 일
그렇게 혼자서 시간과 이별하는 것
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쪼개진 마음만큼 바람 한 줌 새어 들어오겠죠
안개가 내려앉는군요
안개는 집요한 데가 있습니다
빈틈없이 포위하는 집요함
내 탓이 아니라고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독백합니다
기다리는 이들끼리 흔들리는 눈빛을 교환합니다
무의미한 시선을 모른 척하는 능력을 우린 어디서 배웠을까요?
교차하는 시선 너머로
안개가 점점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기다림은 안개의 무게와 내통합니다
그걸 모를 리 없지만 아무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두꺼운 안개라도 일순간 사라지기도 하죠
그렇게 기다림은 허무하게 끝나기도 합니다
이곳을 떠나면
무엇을 기다리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제 진짜 기다림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공항에서는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