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런 원리가 있습니다
죽음이 있으려면 삶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합니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그녀는 눈동자의 깊이를 가늠합니다 그녀는 빠져 들어갑니다 그녀에게 사랑은 편합니다 그녀는 사랑에 집중합니다
그도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도 역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그는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잔상을 봅니다 그는 잔상 너머 깊이가 두렵습니다 그에게 사랑은 불안합니다 그는 이별에 집착하는 타입입니다
그는 언제나 가야할 곳을 정하고 출발합니다
그녀는 어딘가에 반드시 도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등산길에 오릅니다
그녀는 둘레길로도 충분합니다
그는 음악을 들으며 연주를 평가합니다
그녀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춥니다
그의 여행은 사진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녀의 여행은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말했던가요
그는 이별에 집착하고 그녀는 사랑에 집중합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실수를 쌓아갑니다
그녀는 헛발질에 까르르 웃습니다
그는 성공할수록 실패의 불안에 갇힙니다
그녀는 성공이나 실패를 알지 못합니다
제가 말했었죠
그녀는 사랑에 집중합니다
그는 그림을 완성하고 언제나 실망합니다
그녀는 그림을 감상하고 새로운 그림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원리가 작동했던 것이죠
이별이 있기 전에 사랑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