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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5. 2020

루시Lucy

문득 바람이 핥고 지나간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라르고 

영혼이 바람결에 잠시

쓸려갔다

   돌아온다

또 잠시 쓸려갔다

   돌아온다

희미한 바닐라향이 

풍경을 대신하는 세상으로

땅과 물과 하늘이

뒤엉키는 세상으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분간 없는 세상으로

그러니까 세상 밖에 있어서 

더 넓은 세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바람의 도톰한 손바닥 

머릿결을 따라 미끄러진다

눈꺼풀이 안구표면을 따라

힘을 빼고 내려온다

눈을 감아야 저세상을 보듯

세상의 빛을 차단하니 비로소 눈이 부시다


그때 동아프리카 초원에서 마주한 초저녁 바람도 이러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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