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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6. 2020

Carpe diem

배는 아프고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밤이 있다 그런 밤은 아마도 미처 다 차지 못한 달이 자정 즈음에 정남향 머리 위에 걸려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달을 올려다보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쑥스러울 그런 밤이니 그냥 거기에 그런 모습으로 있으려니 믿는다


배가 아픈 이유야 이리저리 다양하여 알 길이 없겠지만 낮에 먹은 무언가를 의심 안 할 수 없는 일 그러다 보면 용의선상 의심음식이 하나 둘 부각될 터이고 의심은 곧 확신이 되어 그것이 무엇이든 내심 억울할 수도 있으나 뭔가는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상황 아니겠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이런 밤, 배가 아픈 것도 고된 일이나 배에 살이 오르는 문제까지 염려해야 한다면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밤에 고민이 가중되는 형국이 아닐 수 없고 더구나 배가 나오는 문제는 배가 아픈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난도 다중원인이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한 즉, 체내 장기의 대사 기능적 요소와 근래 정신건강 정황 그리고 그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등 간의 복잡 미묘한 역학관계에서 원인을 추적해야 할테니 생각이 많고 미처 차지 못한 달은 정수리에 걸려 있는 이런 밤에 감당이 되겠는가 말이다


도대체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배에 관련된 문제는 몇 가지나 되려나 왜 고통은 언제나 쌓아 두었다 한 번에 밀려오는가 더군다나 생각이 많은 이런 밤을 택해서 배가 아픈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 처해서도 오늘이 가는 것이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일은 좀 기다리게 하고 오늘을 즐겨라 바로 이 순간을 즐겨라 이렇게 설교할 수 있느냐 말이다 오늘 같이 배가 아프고 내장지방이 쌓이고 머리에 생각이 겁나 많은 밤에 미처 다 차지 못한 달까지 머리 위에 걸어 놓고 용기 있으면 어디 얘기해 보시라 carpe diem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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