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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9. 2020

답장

너를 생각한다. 컴퓨터를 펼쳐 접속한다. 나의 상태를 중계한다. 하루 종일 도시는 바람에 시달렸다. 햇살을 가로채는 바람 아래로 새들은 여전히 이륙을 시도했다. 그들에게도 따뜻한 곳이 필요하다. 필요해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새들의 언어에는 불평이 없다. 비행은 그들의 일정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의 비행은 7시간을 앞서 간다. 답장에 대한 답장은 새로운 비행에 대한 축사이자 이륙을 목격한 자의 7시간 늦은 감상문이다. 비행하는 자는 비행하는 자를 그리워한다. 그리워하는 자는 미묘한 차이를 견디는 자다. 상투적인 투정을 투정하며 들어준다. 너에게도 따뜻한 곳이 필요하다. 필요해서 마련한 곳은 따뜻한 곳이 아니다. 내일의 날씨를 예상하지 않는다. 따뜻한 곳은 위치의 이름이 아니다. 따뜻한 곳은 상태의 이름이다. 7시간을 앞지르고 싶다. 너의 상태를 생각한다. 나의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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