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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Oct 09. 2018

그때 초록이 과했다

그때처럼 비가 내린다

나는 가난했고

창 밖 담쟁이에 초록이 과했다


파란 우산이 고개 숙인 청춘을 끌고 갈 때

남자가 슬리퍼를 타고 담배 연기를 풀어 놓는다


선풍기는 위태롭게 천장에 매달려 시간을 섞고

스피커는 질문인지 대답인지 동사만을 읊조린다


모국어는 더 이상 나를 설명할 수 없고

가벼운 존재는 결국 다시 말을 배워야 하고


가난은 모습을 바꾸어 세습되고

비에 씻기지 않는 초록은 여전히 너무 벅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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