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재 Apr 01. 2020

신파

대륙의 마른 황량함

밤의 광기마저 밀어내고

공백으로 거리를 채운다


부스러지는 냉기를 털어내며 

몸을 맡긴 선술집

뭍 시선의 사각을 찾아 자리 잡는다


아주 오래 전

담을 사이에 두고 같이 

시간을 묻었던 그

시든 조명 아래

기억의 묘지를 탐사한다


껍데기였었구나


그의 목소리

기쁨이나 슬픔 같은 건

오래 전에 말라버린


그저 무표정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일


탕진하지 못한 그리움은 

술에 녹고

타버린 기억은  

담배연기로 흩어진다


시간은 기억을 소비하여 새로운 시작을 지어내기도 할까


마른 나뭇잎 하나 북서풍의 길목에서

고행을 고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담을 넘는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