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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Apr 01. 2020

신파

대륙의 마른 황량함

밤의 광기마저 밀어내고

공백으로 거리를 채운다


부스러지는 냉기를 털어내며 

몸을 맡긴 선술집

뭍 시선의 사각을 찾아 자리 잡는다


아주 오래 전

담을 사이에 두고 같이 

시간을 묻었던 그

시든 조명 아래

기억의 묘지를 탐사한다


껍데기였었구나


그의 목소리

기쁨이나 슬픔 같은 건

오래 전에 말라버린


그저 무표정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일


탕진하지 못한 그리움은 

술에 녹고

타버린 기억은  

담배연기로 흩어진다


시간은 기억을 소비하여 새로운 시작을 지어내기도 할까


마른 나뭇잎 하나 북서풍의 길목에서

고행을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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