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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pers Summit May 02. 2020

<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 - 1편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는 역사가 된다.


<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 시리즈 




방대한 정보가 흘러넘치는 지금,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직관적인 전달력을 가진 시각화 방법인 인포그래픽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달라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 중 유독 눈에 들어오고, 오래 기억에 남는 정보의 시각화를 선보인 사례들을 보고, 문뜩 ‘누군가가 수십 년 후에 이 이미지를 보며 우리의 삶을 해석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실제로 우리도 과거의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들을 보며 선조들의 모습을 유추해왔고, 서양에서는 많은 역사적 인포그래픽 사례들이 중요성을 인정받아 분석되어 왔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 속에선 어떤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 또한 엄청난 가치를 품고 있으나 시각적 해석이 부족해서 그 진면목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우리의 유물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 프로젝트/시리즈는 최종적으로, 10개의 우리 역사 속 보배로운 유물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에 관련한 설명과 이야기들을 시각화하여 덧대어 그 가치가 더욱 멀리 알려질 수 있도록 있는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까지를 목표로 한다.



목차 

1편. 마구 쏟아지는 정보들을 단단하게 정리해둔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는 역사가 된다.

-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가져온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호기심

2편. 우리 역사 속 기억 상자를 찾다.

-      한국의 역사 속 인포그래픽과 이미지 

3편. 우리 역사 속 보배로운 유물 10가지의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

-      10가지의 유물 각각의 진정한 가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포스터 제작(10종)






1편. 마구 쏟아지는 정보들을 단단하게 정리해둔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는 역사가 된다. 


COVID-19 가 발현하고 118일이 지난, 현시점(28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4개월간 코로나 19의 증상, 예방, 예측 등을 포함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기관부터 기업 그리고 각 개인들은 그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이해될 수 있도록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정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 대다수는 아마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자료들이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필요한 정보들을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할 수 있을까?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그림 한 장 - 사람들을 설득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관련 인포그래픽들


모두가 자유롭게 활동을 하였을 경우, 빠른 속도로 대부분의 인구가 감염 (출처: 워싱턴포스트 - Harry Steven)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경우, 감염 수가 현저히 낮은 형태로 유지 가능 (출처: 워싱턴포스트 - Harry Steven)


많은 국가에서 락다운(lock down)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활동을 강제적으로 최소화하였고, 우리나라는 스스로 사람들의 거리를 유지하는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였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였을 때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키기는 보다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픽 리포터인 Harry Steven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져나가며, 우리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을 경우 감염자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그의 기사는 한 달 만에 워싱턴포스트에서 발행된 글 중 가장 많이 본 기사가 되었다. 그가 만든 매우 간단한 시뮬레이션 인포그래픽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빠른 이해를 도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심을 잠재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으러 들어온 독자들 중 대다수의 눈에 위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을 수 있다. 통통 튀는 그림체로 그려진 사람들, 다채로운 색감 그리고 심지어 그래프가 움직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뉴질랜드의 만화가 토비 모리스(Toby Morris)는 미생물학자 수지 와일즈(Siouxsie Wiles)와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증상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공유했다. 글로 빼곡히 채워진 기사들, 오랜 시간 들여다봐야 하는 영상들과 달리, 위의 이미지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번에 전달했다. (토비 모리스는 지속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관련 작업들을 개인 인스타그램 (@XTOTL)에도 업로드하고 있으니 구경 가봐도 좋을 듯하다.)



위와 같이 1-2초 안에 소비자를 설득 가능한 인포그래픽 이미지들은, 오늘날 팬데믹 사태를 겪어 나가고 있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킴은 물론이고 훗날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다시 참고할 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잘 정리된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들은 단순히 현시대의 기록을 넘어서 충분히 역사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선조들의 생각과 정보를 가득 담고 있기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산으로 남게 된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들의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포그래픽은 미래에 역사적 자료가 되고, 

지난 역사는 과거의 인포그래픽과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 “나이팅 게일의 군 병원 개혁안”


나이팅게일의 군 병원 개혁안(1857년)


역사적으로 인포그래픽의 효과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례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군 병원 개혁안(1857년)이 있다. 크림 전쟁이 발발하고 병원에서 근무하던 나이팅게일은 전투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사상자의 수보다 병원 내 위생 문제로 사망하는 병사들의 수가 훨씬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군 병원 내 위생을 돌아볼 필요성을 피력하기 위해 그 수치들을 그래프로 나타내었다. 두 종류의 사망자의 현황을 색깔이 다른 두 개의 그래프로 나타내고 중첩하여 시각적 보여줌으로 영국 왕실로부터 병원 위생 개혁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사망률을 약 40%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시작은 이만 년 전 고대의 동굴의 벽화에서 


(좌) 알타미라 동굴 벽화/ (우) 라스코 동굴벽화

특히 그림은 사람들이 남기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의해 그려지기 때문에, 그 어떤 역사적 유물 보다도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을 많이 응축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을 공부한 학자와 디자이너들은 BC 18500년~ 14000년에 그려졌다고 추정되는 알타미라 동굴벽화(BC 15000년경)와 그와 쌍벽을 이루는 라스코 동굴벽화를 그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두 가지 벽화 속에는 ‘어디서, 어떤 종류의 동물, 몇 마리를 사냥했나’의 정보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모든 것들을 채집하고 얻어야 했기에 주술에 의존해 왔던 흔적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는 이만 년 전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까지도 유추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중세, 근대를 거쳐 점점 더 발전해온 인포그래픽


(좌) 프톨레마이오스 세계지도 목판본- 요하네 슈니처(Johane Schnitzer 1482) / (우) 카탈루냐 세계지도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인포그래픽을 뽑으라고 하면, 한 번쯤은 지도를 떠올릴 만하다. 정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오스가 (AD 90 –AD 168)가 제작한 프톨레마이오스 지도는 그 지리적 정보가 상당히 정확해 중세까지도 표준 지도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14세기 후반에 제작된 카탈루냐 세계지도첩은 지도를 넘어선 정보를 내재하고 있다. 지리학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천문학, 점성술 그리고 인물들의 삽화까지 함께 그려 두어 해당 시대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12쪽의 지도첩에 담아 보여주었다. 단편적인 예로 우리가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지도를 위주로 설명하였지만, 현대로 다가올수록 나이팅게일의 군 병원 개혁안처럼 특정 분야의 지식 설명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근대의 인포그래픽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선?

위에서 여태까지 거론된 사례들처럼, 서양의 역사 속에서 인포그래픽은 충분히 연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역사 속에선 어떨까?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한국사 속 이미지 한 장면이 있는가? 아마 몇 가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가 탄생한 나라이며, ‘기록의 나라 조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것들을 체계적으로 잘 기록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록의 역사만을 두고 보았을 때,  전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기록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는 어떤 인포그래픽들과 가치 있는 이미지들이 존재했으며 그것을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우리 역사 속 그 사례를 직접 찾아 소개하려 한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는 순식간에 사회를 바꾸어 혼란을 야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사실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게 되고, 그 호기심은 특정한 것을 더 알고 싶게 만든다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속 잘 만들어진 인포그래픽이 우리나라 역사책을 다시 들추어 보게 한 것처럼 말이다. 현재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침체로 인한 우울감에 빠져있기보다, 잠시 멈추어 이 변화 속에서 무엇이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는지 고민해보고 깊이 있게 알아가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참여자

-       기획, 글: 문화 기획자/기업가 도연희

-       역사 자문, 원고 제공: 고고미술학 전공/ 역사책 저자 김원미

-       디자인: 디자이너 주혜림 



도연희 문화 기획자/기업가, 슬리퍼스 써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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