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 귀거래 하나, 말뿐이지

by 이영희

그것이 소원이라면 왜 나이만 들도록 기다리는지.

떠날 용기와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저 단순히 산천의 고요와 맑음만 생각한다.


귀촌하여 땅을 일구어 구슬땀으로 덤벅이 되고 그 땀으로 친친 감기는 웃옷을 벗어던져가며 들에서 밭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지.

구리 빛의 그들을 욕보이는 얄팍한 말을 들을 때마다 귀 청소를 하고 싶다.


거기다 폐까지 근질거리게 하는 것이 있는데, 경치 좋은 곳에서, 고작 하루 이틀 묵으면서 한다는 말이 '조용한 이런 곳에서 산다면 글이 술술 나오겠'다는 같잖은 소릴 들을 때다.

꼭 그곳이어야만 글이 나온다면 도시에서의 그 많은 고독을, 여유로움을 어떻게 견디며 보냈는지.


농촌과 어촌의 적막함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하나마나한 소리를 내뱉는 가벼운 입만큼이나 심플한 뇌를 가진 사람들.


물론 돈을 알뜰히 벌어 살뜰하게 저축하여 산세 좋은 곳에 소박한 별장을 짓고 흔한 말로 전망 좋은 방, 서재와 작업실에서 나이 80되어 만년에 걸작을 생각하며 써 보겠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퍽퍽한 도시의 골방에서 제대로 쓰지 못했다면 아무리 경관이 빼어난 곳에 머물러도 쓰기 힘들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사실 바다든 강이든 산속이든 좋은 곳에 가면 할 수 있는 것은 메모뿐이다.

비행기로 여행을 하고, 자전거로 비포장을 찾아 달리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그들이 비행기 안에서 자전거 위에서 글을 쓰진 않는다. 눈에 담고 피부로 느끼며 머리로 기억하고픈 짧은 메모를 해 놓는다.

그리곤 호텔이든 집으로 돌아와야만 눈으로 귀로 기억한 것과 메모한 것을 제대로 조합하여 소설이던 에세이로 엮어졌으리라.

그렇듯이 지금도 복잡한 뉴욕의 골방에서, 파리의 언덕 어디쯤에서, 서울의 감옥같은 고시원에서, 부다페스트의 혼잡한 카페에서, 앞으로 발표될 글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 것이다.


귀거래. 그곳으로 가려면 농사든 텃밭이든 작품이든 제대로 가꾸며 수확하려면 적어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에는 려가야 한다.

이미 젊은 나이에 귀촌한 뜻 깊은 사람도 있지만.


시골생활. 뜻만 이쁜 전원생활.

당장 떠나지 못하는 그들이 한 번 해보는 소리인 줄은 알지만 그들의 박복에 나 또한 박복하여, 침묵하지 못하고 수다를 널어 보았다.


이덕무의 글로 맺는다.



** 말똥과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驪龍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 또한 여의주를 가지고 스스로 뽐내고 교만하여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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