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긁었어

by 이영희

가볍기 그지없는 영수증에는 묵직함이 존재한다.

취향이라는 그럴듯한 자기 최면의 변명.

손톱을 물어뜯는, 고치지 못한 습관처럼

쓱 내미는 카드.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찍찍 그어지는 기계음.

지폐보다 더 작은 종이 쪼가리로 남는 순간들.

내 몸뚱이뿐만 아닌 결제의 다이어트도 해야 하는데.


이제는 가계부를 쓸 필요가 없어진 지 오래다.

영수증 쪼가리에 담겨 있다.

육하원칙에 의한 선명한 돈의 행방.

인터넷 쇼핑은 또 어떠한가.


지갑안엔 현금도 있었는데,

왜 명함도 아닌 사각 플라스틱을 내 밀어야 할까.

이래서는 안돼지, 하며 부인하기도 하고,

정말 이런 모습이어야만 할까, 의아해하기도 한다.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할부의 잔해. 통장의 잔고를 보며 한탄한다.


괜히 긁었어.

정말 꼭 필요했던 것들이었나?!

변명도 한두 번이고,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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