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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러내고 걸러낸들

by 이영희

**하늘의 그물은 광대하여 엉성한 것 같지만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 없다

//노자





**주님, 저로 하여금 죽는 날까지

물고기를 잡게 하시고, 마지막 날이 찾아와

당신이 던진 그물에 내가 걸렸을 때

바라옵건대 쓸모없는 물고기라 여겨

내 던져짐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17세기 작자미상<어부의 기도>





겉으로 눈치 보는 이가 있고

속으로 눈치 보는 이가 있습니다.


겉으로만 좋아하는 자가 있고

마음으로 아끼는 자가 있습니다.


물러설 타이밍을 아는 이가 있고

눈치 없이 설치는 이가 있습니다.


서둘러 철이 든 아이가 있고

생각이 자라지 않는 어른이 있습니다.


낮춤으로서 우뚝 선 자가 있고

스스로 높아져 하찮은 자가 있습니다.


한마디에 홀연히 깨닫는 이가 있고

오늘도 내일도 늘 그 자리인 이가 있습니다.


고독을 훈장처럼 얼굴에 덮어쓴 자가 있고

승화할 줄 아는 자가 있습니다.


걸러내고 걸러낸들

나는

안쓰럽게

오늘도 속되다

// 잠자는 물고기





현명하게 속되라. 속되게 현명하지는 말라

//프랜시스 쿠올리즈



색연필과 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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