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 달이나 되었지요. 나는 거의 매일 아저씨 방에 놀러갔읍니다. 어머니는 가끔 그렇게 가서 귀찮게 굴면 못쓴다고 꾸지람을 하시지만 정말인즉 나는 조금도 아저씨를 귀찮게 굴지는 않었읍니다. 도로혀 아저씨가 나를 구찮게 굴었지요.".....
여기부터 작가의 음란성 연구는 시작된다.
아저씨가 옥희를 귀찮게 군다는 말속에 묘한 기운이 드러난다.
마음 좋은 아저씨는 성 도착증 냄새를 물씬 풍긴다. 그래도 매일 그 방에 가서 노는 옥희.
요 작은 아이는 영화 <레옹>에 나오는 마틸다보다 한 수 위다. 영악하고 발칙하다.
한마디로 박형서는 원작 소설의 행간 속에 숨겨진 심하게 내숭 떠는 어머니와 순진하지 않은 옥희,
거기다 외할머니의 뭉그러지는 능청을 복선으로 깔고있다.
사랑방 손님인 아저씨를 둘러싼 의혹을 흥미있게 스릴있게 파헤친다.
그리고 <두유 전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장난 같지만 그저 웃고 넘어갈 그런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눈물 나는 웃음을 준다. 약소국가들을 장난감 갖고 놀듯 하는 강대국들의 횡포. 꼼짝없이 당하는 지금의 세상을 잘 그려냈다. 너무 얻어맞아 실어증에 걸린 소설 안의 주인공. 그것이 바로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것 같다.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사건 사고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지. 요즘 신문과 매스컴으로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뉴스라는 소식이 얼마나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는지 시원하게 끌어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