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인간은 그렇다

by 이영희

인간이 북적대는 곳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세부류가 모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시끄럽게 하는데 그 까닭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보겠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부류는

크던 작던 어느 단체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주어지는 직위에 연연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스스로 원해서 그 자리까지 갔건만 속마음은 임무에 메이는 것을 걱정하며 무서워하면서도 차마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자들은 몸이 괴로울 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괴롭다. 이런 부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지만 비로소 자유로워는 사람일 게다.


두 번째 부류는

지위나 명예에 욕심이 대단히 크게 있으면서 겉으로는 그 따위 것엔 관심도 없고 원치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부류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청렴을 가장한 편안한 얼굴로 다른 이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한다. 도덕이나 정의, 의리를 허울로 삼아 자신을 위장하기까지 한다. 이런 인간 또한 스스로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할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마지막 부류는 좀 나은 인간상이다.

자신이 일을 맡고 싶으면 열심히 하고, 자신의 위치나 직위가 피곤해지며 염증이 나면 곧 그만두는 사람이다.

배우고 싶으면 배우고 때려치우고 싶으면 미련 없이 그만두어버리는 사람이다. 이런 부류는 마음과 몸이 모두 태평하겠지. 더불어 손발이 가볍고 편한 것은 두 말할 것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걱정이 없거니와 자신이 갖고 있는 치부를 감추거나 잘났다고 자랑하는 추태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세 부류 중에 욕을 덜 먹는 인간일 게다.




생명이란 것에 그 존재 이유를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런 약은 짓을 했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신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다. 어차피 생명이란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사소하게 여겼다고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란 말도 옳지 않다. 또 죽으면 끝장이라는 생각도 잘못이다.


절대로 진리에 도달할 수 없는 무수한 부조리에 둘러싸여 살다가 뭐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죽어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도 인간이란 생물은 이 모순에 가득 찬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지고한 존재다.

아무튼 인간은 그렇다.


이 도시가, 이 나라가, 이 행성이 제정신을 차릴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막는 데 성공한 자가 있다는 얘기는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들은 적이 없다. 한 번 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갈 데까지 가는 길밖에 없다. 그것이 시대라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것이다. 그것은 질량 불변의 법칙에 버금가는 진리다.


현재의 너에게, 도저히 단념할 수 없는 일 따위는 없다. 엎치고 덮친 불행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뜻한 바대로 내세울 만한 성공하는 일도 없고, 면목없게 끝나는 일도 없다. 그런데도 너는 그 누구보다 발랄하게 보이며 살고 있다.

아무튼 인간은 그렇다.

... 아침에 밑줄 그으며 읽은 책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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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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