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 걸까?

by 이영희



마른오징어를 몸통과 다리를 분리한 뒤, 가위로 가장자리를 잘게 칼집을 낸다. 쪽쪽 찢어 봉지에 담는다. 이렇게 하여 며칠 만에 열 마리를 다 먹치웠다.

들큰 짭조름한 너무 질기지도 퍽퍽하지 않은 새우깡만큼 자꾸 손이 가는.


속초.

사계절 어느 때든 몇 번은 다녀오는 곳이 되었다.

남편과 바람 쐬고 싶을 때. 그곳으로 간다.

크게 볼 것이 있어서는 아니다.

주문진과 강릉, 삼척, 양양, 울진, 포항, 울산, 부산. 그리고 서해안도 가끔씩 휘휘 돌기도 하지만 속초가 부담 없이 가볍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맑고 선하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도 이쁘고 온순해지며 착해지는.

먼길을 돌아 돌아 거친 마음으로 살다 어머니 품에 돌아온 듯, 내 기분은 늘 그러했다.


속초의 명물 중에 갯배. 편도 500원. 갈쿠리로 줄을 당겨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인다. 젊은이들은 경험 삼아 줄을 당겨 이쪽에서 저쪽으로 왕복을 해 본다. 배에서 내려 거기 시장을 둘러보는 일이 이젠 동네 마트처럼 익숙해졌다.


여전히 닭강정집은 성황이며 새로 개업한 호떡집엔

불이나고, 새우와 야채 튀김 집은 젊은 청년 사장 들의 호객으로 통통 튄다. 새우튀김 하나에 천 원. 호호 불어 먹으며 점포마다 기웃거린다.

어느 때부터인지 가게마다 중국 연변 말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생소하지만 아주 낯설지 않은 억양.


오징어를 즐기는 내게 남편은 이번에도 열 마리를 사준다. 6만 5천 원.

치아가 좋지 않은 남편은 딱딱한 것을 입에 대지 않은지 오래다. 이 좋을 때 많이 먹으라는 그 말이 슬프게 들린지도 오래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오징어가 그림의 떡이 되겠지.

만약 임플란트를 한들 지금처럼 본연의 씹는 맛이 날까 싶다.


그리고 껌.

어린 날부터 엄마가 시장 갈 때마다 치맛자락을 붙들고는, "엄마 올 때 꼭 껌 사 와야 해 " 부탁했었던 기억.

과자보다 어느 간식거리보다 좋아했던 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오물오물.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조용히 잘근잘근 씹다가도 혼자가 되면 리드미컬하게 매끄럽게 따락따락대며 내 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엔 껌만 한 것도 없다.


오징어와 껌의 공통점은 씹을수록 머릿속 생각이 차츰 정리되며 유연해진다. 응어리진 가슴속의 뿌옇던 미세먼지들이 서서히 희석된다.

나만 이런 걸까?


지금도 껌을 씹으며 너울너울 파도를, 그리고 팔십구 세의 친정어머니 모습도 떠오르고.....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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