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약을 먹고

by 이영희

씹고 뜯고 맛보기에 좋은 잇몸약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 두피 영양제

시신경을 보호해준다는 루테인

뼈와 관절에 좋다는 칼슘제


거기에

가끔 두통약과 소화제를 먹어줘야 하고

선물로 들어온 홍삼액도 한자리 차지한다.


살아내며 어떤 약이 더 추가될까.

가짓수가 줄어들지는 않겠지.


약 좋다 남용, 오용 말자지만

이 오염된 세상 가축도 사람도 식물도

온전할 수 없다.

수명이 연장될수록 약병도 늘어나고

오염된 몸만 점점 축나고 있다.

나중엔 겉모습과 오장육부가 본래의

모양이 아닌 약의 형태로 변할 것 같다.

자가진단이든

의사의 처방이든

영양이 부족해서 영양제를 먹고

남아도는 지방을 빼느라 또 분해제를 먹고

건강식이라며 옆에서 좋다 카더라, 하더라

하면 온갖 열매와 뿌리를 끓이고 달이며 즙으로,

날것으로 누구에게 질세라 찾아 먹는다.

더하여 녹용이 첨가된 보약 한 첩까지 짓고.


몸안이 근질근질하다.

뉘라서 예외가 있을까.

양약, 한약, 민간요법까지 뒤섞여 그것들을

소화시키느라 간 수치는 떨어지고

시커먼 곰이 입을 쩍 벌린 간장약 우루사까지

처방받는다.


인간아 아,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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