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몰아서 보았다. 용식의 사랑은 이쁘고 동백은 이미자의 노랫말의 동백아가씨처럼 빨갛게 멍이 든 미혼모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것은 편모와 편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고아로 성장하는 여자 이야기를 그려냈다.
사람마다 어디든 포커스를 맞출 수 있지만 내가 보는 큰 줄기는 그것이었다.
용식이는 편모슬하에서 밝음으로,
동백은 처음은 고아지만 엄마가 나타나고
굴하지 않는 인생역전으로,
하지만 까불이는 괴물이 되었다.
거기에 향미라는 뻘밭 같은 삶까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엄마가 다 받아내어 용식은 구김 없이 살아가는 인물로 설정됐다.
까불이에게 아버지는 있어도 어린 날부터 무시와 멸시를 막아줄 수 있는 어른이 늘 부재중이라 분풀이로 시작한 살생이 연쇄살인으로 치닫는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동백은 버려졌던 일곱 살 기억으로 아들 필구를 끝까지 지켜낸다. 옥에 티라면 너무 서둘러 철이 든 필구의 지나치게 영악한 대사들이었다. 여덟 살의 아이라고는 감이 오지 않는.
동백꽃 필 무렵은 아이유의 나의 아저씨와 이미숙의 열연으로 돋보인 돈꽃, 슬기로운 감방생활, 그리고 스카이 캐슬 이후로 나를 사로잡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든 작은 배역이든 자기 안에 숨은 결핍을 연출자가 어떤 식으로 표현하냐에 사람들의 몰입은 가름된다.
동백꽃 필 무렵.
순정만화와 잔혹동화를 버무려 놓았다.
한동안 내 기억에 머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