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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by 이영희

산다는 것

이생진

살다 보면 죽고 싶고

죽고 싶은데 살아 있는 것

참 따분하지만

그게 사는 거라고 후에서 알고는

빙그레 웃는 얼굴

이렇게 사는 것 포기하고

어디 가서 실컷 잠이나 자고 싶어도

저것들 때문에 하고

가리키는 주름진 손가락

그것이 산거다

살기 싫어 떠나는 사람아

어디로 가는 거냐

살기 싫어 이혼하는 사람아

누굴 찾아가는 거니

살기 싫었을 때

그게 사는 거다

........

.................

............................


오늘 아침은

위 시의 글과 글 사이 행간을 짚어본다.

사람살이가 삶이라고. 부부로 연을 맺어

서로 참고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돌이켜보니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던

쓰고 떫고 소태 같던 신경전들

어찌 견뎌 왔을까.


그래도 누더기 같던 기분을 자분자분 달래며

당신 내가 서로에게 아주 못된 짓거리 하지 않는 이상

주름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저것이 겉으론 괜찮다

괜찮다 해도 그 속이 당신보다 나보다 더 깊게 깊이

속 베일까싶어 살아지고 또 살아졌던.....


이제는 쓴맛 신맛

떫은맛도 여름과 겨울의 장마와 폭설에

어지간히 우려져 내 맛도 네 맛도 없어지고.

짜지도 달지도 않는, 이 슴슴한 맛을 위해

이만큼 견뎌냈나 싶다.

이 집 저 집 문 열고 들여다보면 , 신만

참을 忍자 수없이 새긴 것도 아니고 ,

나만 분통 터질 일 겪은 것 아니더라. 결코

아니더라.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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