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짐

by 이영희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날은 새고

등허리 시큰하여 장판 불 올린다

밤새 책 안의 스승과 더불었지만

유유한 맑은기운 따라 닿지 못하네


뜨끈해진 허리 일으켜 물을 끓이고

티백을 우려내니 풀향이 풀나풀

작은 봉다리 고슬고슬 모아진 잎

찌거나 덖음으로 지난했던 수고로움


여린 잎들 풀어지며 본래 자리 찾고

옥색눈물 같은 물빛에 탁한 눈 아져

져며들며 덥혀지는 오묘한 짐이여

글을 모아모아 찌고 덖고 포장한들

티백 한 봉다리 향에 미칠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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