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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Dec 18. 2019

카페 천국

집을 나서면  사방 100m 안에 커피숖이  다섯 곳 있다.

작고 아담하게 꾸민 카페가 세 곳. 큰 홀에 적당한 조명으로 보기 좋게  배치된 많은 테이블을 갖춘 두 곳이 있다,  지나칠 때마다 큰 창을 통해 흘긋 카페 안을 보면,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과  젊은 남녀가 각각 혼자 앉아 노트북에 무언가 열심히 두두리고 있다.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 상상하며 빙그레 웃음짓곤 한다.


예전에 신문 칼럼에서 서구의 카페문화에 대해  쓴 기사가 있어 스크랩 해 놓았었다.

언젠가는 글로 엮어봐야지 하며 오려 두었던 것을 오늘 이곳에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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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는 카페를 빼고 근대의 예술 문학 철학을 논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1945년  이전과 이후로 프랑스 사람들은 아내보다 카페에 더 충실했다는 말까지 있다. 그  이유는 가난한 예술가나 철학가들의 집회장소로서 예술과 지성의 산실이었으며 날 콩처럼 뿔뿔이 단절된 도시인들을 결속시키는 사랑방이었으며 퇴근길에 들려 이웃끼리 한 잔 하면서 견문을 나누고 세상사를 공감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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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에는 다시  이렇게 적고 있다.

/ 스위스의 취리히에 가면 <오디온>이라는 카페.  거기  주인의 말은, 저기 저 자리는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즈를 썼고, 망명중인 레닌이 매일처럼 나와 앉아 때를 기다렸던 의자가 바로 저 의자이며 아인슈타인이 27종의 신문을 읽곤 했던 테이블 저것이라고 자랑을 한다. 그리고 베니스의 카페 <프로리안>은 이딸리아에 반한 시인 바이런을 비롯해 괴테와 프르스트. 카사노바의 흔적을 간직하고 손님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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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나라의 그 옛날 다방의 문화는 어떠했나. 나는 잠시 턱을 괴고 골똘해진다. 유명 작가들이 앉아 시류를 논하고 문학과 예술을 고민하던 다방자리는 어느 거리에 있을까. 광화문과 명동, 종로 통에 있었다는 말은 들어 왔는데. 대학로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학사다방이 있고, 지방의 곳곳에  전통가요의 노래비와 김광석 거리등을 떠올려보았다. 좀더 세세히 연구해 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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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엔 또 이렇게  과거의 영광으로 이어진다.

/ 1944년 월25일, 모파상, 졸라, 오스카 와일드등 거장들이  단골카페였던 <카페 드 라제>가 폭격으로 무너진 것을 복구하고 있는데, 한대의 지프가 와 섰다. 한 장교가 나와서 드골 장군의 식사 준비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파리가 해방되고 맨 먼저 개선한 드골장군이 파리에 도착하지마자 먹고 싶었던 것이 왕년의 단골집인 카페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파리의 카페로서 생 제르댕 거리의 명소 <프로르>는 2차 대전 후, 사르트르와 보봐르 등 실존 철학자들의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는. 그리고 낙엽을 부른 샹송가수 -줄리에트 그레코-가 나치 수용소에서 무일푼으로 석방되어 배가 너무 고파 무작정 찾아든 곳이 로 <프로르> 였으며, 이곳에서 빵을 얻은 대가로 노래 부른 것이 그의 팔자와 운명을 고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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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크던 작던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혼란과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그 폐허 위에 더 견고한 자유와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겠지. 유럽은 먼저 겪었기에 이제는 과거의 영광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국민성으로 자리매김했으리라. 우리는 아직도 광장마다 태극기와 촛불로 흔들리며 일렁인다. 충돌과 격동으로 당파싸움에 조용할 날이 없다. 여전히 남북이 대치하는 불안하지만 그래도 꿈툴대는 역동성이 강한 스프링처럼 통통튀는, 아직은 젊은 국가임에 틀림없다.

카페문화에 대해 스크랩 해 놓은 칼럼과 부족하나마 내 생각도 곁들여 엮어 보았다.

요즘 우리나라는 카페 천국이라해도 지침이 없다. 이 많은 곳에서 유명인사들의 자리를 자랑하는 저 위의 스위스나 프랑스 카페의 주인처럼, 우리도 세상에 자랑할 만한 작가 지망생들이 어느카페에 앉아 열심히 노트북에 글을 쓰고 있으리라 믿어 본다.

집에서 3분 거리 큰 카페가 있다. 오늘은 그곳에서 읽던 책도 마저 보고 브런치를 먹으며  커피 한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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