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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Jan 11. 2021

쌍년 & 퀴리부인

실내 운동시설이 막힌지 몇 달째다.

집에서 하는 맨손체조보다는 어서  규제의

단계가 낮아져서  그곳에 가고 싶다.


동네 수영을 다닌지 11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일 그 시간대에만 오는

사람들과  자연히 반갑게 인사나누게 된다.


 저쪽 오래된 반포아파트에 사는 여인과는

친밀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과 신경전을 부리다 언성을 높였던 일을

실감나게 들려 주던 그때가 잊혀지지 않아

여기에 옮겨본다.


냄새에 예민한 그집 남편은 식탁앞에서

몇 개월째 수저에서 냄새가 난다며 부인을 타박했다.

여인은 열심히 닦고 닦으며

나중에는 보란듯이 식탁위에다 커피포트

뚜껑을 떼어버리그 안에 수저를 넣고

수시로 끓여대면서 청결을 입증했다고 한다. 

물론 수저도 자주자주 바꾸면서.

거기다  그집 남편은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며  

들고 쌓여있는 내용물을 찾아내 전시를

하기에  대판 전쟁을 치다고.


그러던 남편이 어느날부턴 수저에서

밥그릇으로 옮겨가 냄새가 난다고  또

시작하기에  참는 것이  한계에 이르어 행주를

남편 입에 갖다 대고는

 "돼체  내가 얼만큼 어떻게 하란 말이야..."  

하며 꽥 소리를 질렀더니,

남편의 입에서  돌아온 말이

" 이 쌍년이 어디에다 행주를 ..."

부인도 질세라  " 이 쌍놈이..어디다 대고 욕을"

....

그렇게 출근한 그집 남편은  며칠 후, 저녁에

들어오면서 미안한 기색으로 부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한아름 사들고 와서는

..냄새의 원인은 집이 묵은 아파트라서  이사를

 하고 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것이라며

 두 사람이 화해를 했다는.


적나라한 욕지기까지하며 듣는 나도 민망했지만

그 집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은만큼 나도 그에  

맞는 비슷한 에피소를  해야겠는데  떠오른

것은 이것이었다.


...울 남편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집에만

들어오면 지나치게 쓸고 닦아내구요, 냉장고

안을 자주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버릴 것이

없나  참견요. 예전엔 저쪽  아주 구석진

곳에 나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찾아내지 못한

오래된 백설기 조각에 피어난 곰팡이를

보고는,

"당신이 퀴리부인인줄 아냐, 푸른곰팡이,

누룩 곰팡이에서 무엇을 연구하"며...그런

심한 잔소리를 들었다고 내 이야기를 맺었다.


귀기울여 듣던 여인은 '퀴리부인'이란 말에

큭- 큭 까르르 꺄르르......

그날 그렇게  수영과 휴식을 반복하며

반포의 여인과 웃으며 헤어졌다.


그 집과 우리집 뿐 아니라 여자들만의

영역에 거침없이 들어와 감놔라, 배놔라

속속들이 잔소리하는 남자사람 있다,


꼴불견에 때때로 화가 불같이 일지만,

그런 예민한  유전인자를 타고난 사람들이 

있어  야무지게 여물지 못한 나같은 자는

구석구석 한번 더 세세하게 살피며 살림을

 사는 요량을 익혀 지금에 왔는지도...


너무 오래 갇혀 있자니  그곳이 많이 그립다.

수영하고 싶다. 유연하게  물을 가르며.


파스텔&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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